▲ 고 최강서 조직차장의 유족과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이 31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안쪽에서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관을 지키고 있다. 정기훈 기자
지난해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의 유가족들이 한 달 보름 가까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회사측이 손해배상 소송 철회를 비롯한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고인의 시신이 한진중 영도조선소 광장에 안치돼 논란이 되고 있다.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전국투쟁대책위원회는 31일 오전 영도조선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강서 열사의 시신이 뜻하지 않게 영도조선소에 안치된 책임은 행진을 불법적인 폭력으로 방해한 경찰에게 있다"며 "시신 훼손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인도적 조치를 막지 말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와 한진중지회는 지난 30일 오후 부산역 파업 결의대회를 마친 후 영도구민장례식장에 안치된 고 최강서 조직차장의 운구를 들고 영도조선소 앞으로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행진로를 원천봉쇄했고, 유족과 차해도 지회장 등 80여명이 상대적으로 경비가 허술했던 영도조선소 서문을 통해 공장 안으로 진입했다.

한진중은 정문을 용접으로 폐쇄하고 철근과 콘크리트로 정문 주변의 담장을 5미터 높이로 세워 놓은 상태다. 지회 관계자는 "당초 계획은 한진중 정문에 시신을 안치할 예정이었는데 경찰이 합법적으로 신고된 행진을 막아서면서 뜻하지 않게 공장에 시신을 안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158억원 손해배상 소송 철회와 유가족 대책 마련, 연행자 석방과 영도조선소에 있는 노동자들의 안전한 귀가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진중은 "시신이 영도조선소에서 나가기 전에는 대화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경찰과 회사는 시신보존을 위한 냉동탑차 반입도 막았다. 최소한의 인도적 조치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유족들은 공장 밖에 있는 노조원들로부터 드라이아이스와 스티로폼을 건네받아 시신이 부패하지 않도록 임시조치를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들어 경찰이 공장 담장에 접근할 수 없도록 원천봉쇄하면서 추가적인 조치가 불가능해졌다.

한진중은 이날부터 다음달 3일까지 임시휴업을 공고했다. 고 최강서 조직차장의 시신을 둘러싼 대치가 주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고인의 부인 이선화씨는 "지난 41일간 유족들은 한진중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다렸지만 회사는 죽음에 대한 원인을 개인생활고라고 왜곡했다"며 "더 이상 조남호 회장의 답변을 기다릴 수 없어 남편을 집으로 데리고 간다는 생각으로 한진중공업 앞으로 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시신을 담보로 투쟁하는 가족이 어디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한 뒤 "해결 권한이 있는 실권자가 교섭에 나와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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