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노동현안 대책 논의’라는 단일 안건을 놓고 지난 18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가 회의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대책 없이’ 끝났다. 국회 환노위는 새누리당의 반대로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했고, 같은 시각 열린 여야 간 1월 임시국회 개원협상도 쌍용차 국정조사에 대한 이견으로 결렬됐다. 쌍용차 국정조사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당초 이날 환노위 전체회의는 지난해 연말 잇따라 발생한 노동자들의 사망사건이 기업의 무분별한 정리해고와 노조탄압, 노동자들에 대한 막대한 손해배상·가압류, 해법 없이 공전하는 비정규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수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는 쌍용차·한진중공업·현대자동차 노사 문제와 최근 언론을 통해 드러난 이마트 노조사찰 같은 굵직한 현안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환노위 의원들은 이날 ‘국정조사를 하네, 마네’ 하는 진척 없는 공방을 되풀이하다 회의를 끝냈다.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은 “쌍용차 국정조사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이 아니라 대선캠프 관계자의 의견에 불과하다”, “정치권의 국정조사 개최가 쌍용차의 경영정상화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하나 둘 퇴장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전체회의 폐회 직전 신계륜 환노위원장이 김성태 새누리당 간사에게 방청객 발언을 듣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신 위원장이 이날 회의를 방청하고 있던 쌍용차지부 관계자에게 발언권을 주려 하자, 김 의원은 “이런 식의 회의 진행은 곤란하다”며 자리를 떴다.

김 의원은 퇴장에 앞서 “국정조사에 대한 새누리당 원내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야당의 요구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 중 유일하게 국정조사 찬성입장을 밝혀 온 그는 환노위 차원의 결의안을 내자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신계륜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합의한 내용이니, 다른 제안은 수용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그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야당 의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노동문제를 다루는 환노위 의원들이 당론을 이유로 아무 결정도 못한다면, 도대체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고 비판하면서 회의장을 떠났다.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여야 간사 간 합의내용을 이 자리에서 처음 들었다”며 “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뜻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1월 임시국회 개원을 위해 여야가 쌍용차 국정조사를 거래대상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환노위 관계자는 “윗선에서 국정조사를 개최하지 않기로 시나리오를 짜 놓고, 환노위에서 생색내기용 회의를 열었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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