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돈문 가톨릭대 교수가 지난 5일치 <한겨레> 23면에서 필자의 글에 대해제기한 비판에 답하고자 한다. 먼저 조 교수는 철저한 자구노력과 내부단결의 필요성에 동의해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이때까지 거의 진전이 없었던 경영혁신과 내부단결이 이제부터라도 실천에 옮겨지도록 함께 애썼으면 좋겠다. 그런데 조교수는 여기에 동의했음에도 몇 가지 점에서 필자와 견해를 달리 하며, 또 필자의주장을 왜곡하고 있다.

첫째로 조 교수는 정부의 해외매각 신앙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한다. 사실 정부정책엔 외자에 대한 지나친 숭배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기아차를 포드가 아닌현대에 매각했던 데서 보듯이 정부가 적어도 조 교수가 생각하는 만큼의 해외매각광신도는 아니다. 또 정부의 해외매각 신앙 못지 않게 노동계 일각의 해외매각반대 신앙도 문제다.

대우차의 경우 정부의 진짜 과오는 작년의 매각 실패에서 드러났듯이 해외매각 신앙을 철저히 실천하지조차 못했고, 또 해외매각이면만사형통이라고 구조개혁을 미루었던 점이다. 한편 해외매각 반대 신도들의 오류는 반대투쟁으로 경영진과 불필요한 마찰을 빚었으며 지금도 내부단결을 저해하고있다는 점과, 해외매각 반대면 만사형통이라고 구조개혁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둘째로 조 교수는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차를 인수하면 큰일날 것처럼 주장한다. 필자는 이 주장이 오류라고 단언할 만큼 자동차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 중엔 조 교수와 달리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다만 지엠 인수에 의한 국내시장 잠식으로 현대차가 지금보다 힘들어질 가능성은 있다. 이 때문에 해외매각 반대 투쟁은 대우차 살리기보다 현대차 살리기 성격이 더 짙다. 현대차를 위해 대우차는 죽어도 좋은가?

지엠의 해외사업장 중엔 잘 되는 곳도 있고 어려운 곳도 있다. 지엠의 대우차인수 후의 결과는 지엠의 전략에도 달렸지만 우리 하기 나름인 부분이 많다. 그래서 찬밥 더운밥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따지기보다 밥값 마련하는 일, 즉피나는 구조개혁을 서두르자고 한 것이다. 부평공장 폐쇄를 우려하지만 지금처럼투쟁과 갈등으로 세월 까먹다간 가동률 저하로 부평공장은 저절로 문닫게 된다.

셋째로 필자는 공기업 형태의 독자생존 방안이 곧 '무작정 퍼붓기'라고는 쓰지않았다. 채권단에게 '무작정' 퍼붓기로 여겨진다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없음을 지적했을 뿐이다. 지엠의 인수 여부가 불투명한 판에 독자생존도 고려해야한다.

그러나 이에 필요한 채권단 돈은 공돈이 아닌 국민 돈이다. 이 국민 돈을받으려면 설득력 있는 비전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넷째로 정권퇴진 투쟁으로 정리해고자를 복귀시킬 수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하는 투쟁은 투쟁을 위한 투쟁이다. 정부로부터 받을 돈이 있는 게 아닌데도해외매각만 저지하면 당연히 정부가 돈을 충분히 지원하리라 생각하는 것은억지다.

조 교수는 이런저런 수치를 들면서 마치 대우노조가 고강도 구조조정에 동의했던 듯이 썼다. 하지만 정부·경영진이 정리해고를 위한 정리해고에 집착했다면, 노조 역시 무리한 버티기로 부도를 초래하는 등 많은 과오를 범했다. 그리고 노조 지도층을 비판했다고 대우 노동자를 꼭두각시로 몬다고 중상해서는곤란하다. 김대중 대통령 비판이 한국 국민을 꼭두각시로 모는 것인가?

실직한 대우차 근로자들은 벼랑에서 떨어진 듯한 느낌이리라. 살아남은 사람도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세유럽에서 교회 기도가 페스트를 더 퍼트렸듯이현실을 도외시한 투쟁은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채권단을비난해본 들 헛일이다.

대우차 외부는 대우차 내부 만큼 절박하지 않으며, 대우차내부에서도 가진 것 별로 없는 종업원 쪽이 가장 답답하다. 답답한 사람이 더현명하게, 더 열심히 노력해야 살 길이 트인다. 지엠 매각 반대 결사대의 미국파견 따위의 일은 당장 중지하고, 우선 대우차 부활의 핵심인 대동단결과구조개혁에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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