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문 열어라!”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 김지태씨의 유족들은 굳게 닫힌 정수장학회 문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정수장학회의 MBC·부산일보 지분매각 밀실추진 사실이 폭로된 가운데 15일 김지태씨의 유족들이 서울 정동 정수장학회를 찾았다. 하지만 끝내 문은 열리지 않았다. 유족들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송혜영씨와 함께 온 김지태씨의 다섯째 아들인 김영철씨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자신과 정수장학회가 무관하다고만 주장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사회명망가들과 유족이 참여한 가운데 진정한 장학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씨에 따르면 정수장학회의 자산매각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1년 김대중 당시 신민당 대선후보가 "정수장학회는 부정축재의 결과"라며 문제를 제기하자 박정희 후보는 공화당 김택수씨를 통해 한일합섬에 정수장학회 자산인 언론사들을 비밀리에 인수할 것을 종용했다.

김씨는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께서 당시 5·16장학회 이사장에게 ‘사회적 공기인 언론사를 함부로 팔아선 안 된다. 차라리 나에게 팔아 달라’는 내용증명서를 두 차례나 보냈다”며 “박근혜 후보도 정수장학회를 개인재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필립 같은 사람이 언론사 지분을 상품처럼 팔 계획을 세운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어 “그때(71년)나 지금이나 대선경쟁이 치열한 시기였다"며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매각 추진은 명백한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정수장학회 앞에서 열린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 사회환수와 독립정론 부산일보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언론노조는 국회·선관위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박 후보에게 “정수장학회의 불법 매각계획 전모를 상세히 밝히고 이를 즉각 철회하라”며 “그것이 박 후보와 아버지의 역사적 과오를 씻는 길이자 대통합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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