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금융 노사가 15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2012년 노사 산별중앙교섭 조인식’을 개최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올해 금융 노사가 체결한 임단협의 핵심 내용과 의미를 살펴봤다.



◇임금인상분 10% 사회공헌사업에 사용=노사는 내년 임금인상률을 총액 기준 3.3% 인상하기로 했다. 해마다 노사 협상의 기준점이 되는 공공기관 예산지침에 따른 임금인상 가이드라인(3.0%)을 웃돈다. 금융 노사는 지난해 공공기관 가이드라인(4.1%)과 동일하게 임금을 인상하기로 했는데, 올해는 이 기준을 넘어섰다. 다만 추가인상분을 사회공헌사업에 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체 조합원 임금인상분의 약 10%(총액기준 0.3%)에 해당하는 금액이 사회공헌기금으로 조성된다. 대략 200억원 상당의 재원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사용자측도 동일한 금액 이상을 부담하기로 한 만큼 최소 400억원의 재원이 마련되는 셈이다.

노사는 실제 기금이 조성되는 대로 사회공헌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다. 양측은 노조가 요구한 ‘20만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을 합의문구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포함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돕는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 돌입하면서부터 ‘금융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핵심 기치로 내세웠기 때문에 사회공헌사업 합의는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유주선 부위원장은 “산별 노사가 임금인상분의 일정액과 자체 자금을 공동으로 출연해 사회공헌에 나선 것은 노동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며 “금융산업에 대한 국민적인 실망감을 일정부분 해소하는 한편 경영진이 금융공공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시간 줄이고, 비정규직 처우개선=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금융권 노동자들의 하루 근무시간을 줄이는 합의도 마련됐다. 노사는 현재 IBK기업은행에서 시행하고 있는 ‘PC 오프제’를 도입해 오후 7시 이후 별도의 시간외근무를 신청하지 않을 경우 전산시스템을 자동으로 종료하는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PC 오프제 운영결과는 각 영업점·부서의 경영평가에 반영된다. 경영평가는 지점장 등의 인사고과·승진과도 연관돼 있기 때문에 관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예상된다. 현재 기업은행은 근무시간 정상화 항목에 경영평가 총점의 3%를 배정하고 있다.

양측은 노조에 출퇴근 관련자료 요청권도 부여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를 통해 조기퇴근이 정착되면 조합원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완화하고, 인력충원을 유도해 청년 실업문제 해결에 일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관련해서도 주목할 만한 합의가 도출됐다. 노사는 내년부터 채용되는 비정규직을 1년 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비정규직 관련법에 따른 무기계약직 전환기한(2년)을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올해 이전에 채용돼 1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들은 내년 중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반면에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상용직인 창구텔러로 한정하고, 최소 전환규모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노사는 이와 함께 금융노동자들의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무기계약직에 대한 타직군 전환제도 도입 △비정규직 임금인상률을 정규직 임금인상률 이상으로 인상 △2013년 내에 정규직-비정규직 복지차별 해소 등에 합의했다.

김문호 위원장은 "기간제 노동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1년으로 단축하고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기 위해 PC 강제 종료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획기적인 합의"라며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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