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된더위가 길었고 빗줄기가 주룩 죽 또 길었다. 젖은 폐지는 무거웠고 유모차 밀던 할매 한 발짝이 따라 무거웠다. 어느 골목 미끄런 비탈을 오르다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할매, 삼선 슬리퍼 바닥이 닳도록 바삐 헤맸다. 부지런 떨지 않고는 허탕이다. 찌글찌글 고철이며 소주 맥주병 찾아 영등포 시장 골목을 돌았다. 돌고 돌아 유행 탄 꽃무늬 몸뻬에 조끼 걸치고 챙 넓은 썬캡을 잊지 않아 척 봐도 그건 할매 스타일. 끼익 끽, 제 몸 닮아 삐걱대던 유모차 앞세워 밥벌이 나섰다. 잔뜩 짊어진 날이면 할매, 동네 쌀 상회 들러 쌀팔아올 테지. 밥 지을 테지. 기어코 또 한 끼니 징글징글 주린 속을 채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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