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의 올해 임금·단체교섭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주간연속 2교대제가 전격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자동차 부품사다. 완성차보다 긴 시간 일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설비투자나 신규인원 충원을 감당할 재정적 여력이 부족해 해법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금속노조(위원장 박상철)와 한국노총 금속노련(위원장 김만재)이 공동으로 ‘자동차 부품사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공동대응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엄교수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완성차 노사가 주간연속 2교대제 결론을 내리면 곧바로 부품사와 협의체를 만들어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종덕 금속노련 정책국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신규인력뿐만 아니라 설비투자에 대한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며 “금속노조와 공동기구를 만들어 노동계가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부품사, 영세할수록 장시간 노동

“10년 가까이 논쟁을 끌어 온 완성차의 주간연속 2교대제는 사실 부품사의 그것보다 훨씬 쉬운 문제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문호 워크인연구소 소장은 “지금까지 자동차산업 장시간 노동과 교대제 문제가 완성차 위주로 논의돼 왔지만 진짜 문제는 부품사”라고 강조했다. 자동차는 2만개가 넘는 부품들로 조립된다. 완성차와 부품업체는 복잡하고 거대한 가치창조의 사슬로 연결돼 있다. 부품사의 교대제 개편 없이 완성차 개편이 힘들다는 의미다. 문제는 부품사가 완성차보다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데다, 설비투자나 신규인원 충원 여력은 적어 노동시간단축 방안이 극히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부품사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천685시간으로, 월 평균 79시간 초과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현대차(2천678시간)보다 7시간 길다. 부품업체 내에서도 사업장 규모에 따라 노동시간 격차가 나타난다. 금속노조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0인 이하 부품업체 노동시간은 2천945시간으로 부품업체 평균보다 260시간이 더 길었다.

이 소장은 “자동차업계의 수직적 계열화 구조 속에서 비용이나 경영상 문제가 하위 벤더로 층층이 이전돼 영세 중소기업일수록 더 큰 어려움을 안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또 있다. 지금이 어느 때보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잘나가는 호황기라는 점이다. 이 소장은 “자동차산업의 호황은 노동시간단축에 걸림돌”이라며 “회사는 줄어든 노동시간만큼의 물량감소를, 노동자는 임금감소를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동시간단축과 일자리 나누기의 모범적인 사례로 잘 알려진 독일 폭스바겐 모델 역시 경영위기에서 나온 것으로 우리나라 상황과 맞지 않다.

“외부지원과 내부혁신 동반돼야”

부품사 노동시간단축의 최대 관건은 호황기를 맞아 최대 생산능력을 맞추고 있는 물량과 임금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이 소장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현실에 맞는 근로기준법 개정 같은 외부지원과 노동시간과 가동시간을 분리하는 내부혁신을 제안했다. 이 소장은 “90년대 중반 벤츠 엔진공장에서 도입한 ‘혁신적 그룹작업의 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외부지원은 적어도 15개월이 필요하다”며 “혁신에 드는 비용이 감소하고 생산성이 올라가는 분기점까지 정부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연교대제 등을 도입해 노동시간과 공장 가동시간을 분리해 물량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품사 노동시간단축, 새로운 노사갈등 불씨

고용노동부가 올해 500인 이상 자동차 부품업체 48곳을 대상으로 장시간 노동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96%(46곳)가 연장근로 한도 위반으로 적발됐다. 이들 업체들은 노동부에 시정계획서를 제출했는데, 교대제(3조2교대) 개편을 제시한 사업장은 4곳에 그쳤다. 설비투자나 인력충원 등으로 노동시간을 법정한도에 맞추겠다고 밝힌 사업장도 43%(17곳)에 머물렀다.

나머지 57%(23곳)는 연장근로를 제한하거나 잔업·특근을 통제하고, 휴게시간을 추가하는 방안을 시정계획서로 제출했다. 그런데 이에 따른 물량감소나 임금감소 대책은 빠져 있다. 이문호 워크인연구소 소장은 "대부분 노사 협의 없이 제출한 시정계획"이라며 "노동시간 줄이기가 새로운 노사갈등 요소로 등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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