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가 지난 14일 오전 르노삼성 부산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조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부양지부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 95년 설립된 이후 17년 만에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라인이 멈춰 섰다.

15일 노동계에 따르면 회사가 희망퇴직을 접수한 첫날인 지난 13일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 조합원 200명은 주야 1시간씩 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14일 오전에는 부산 녹산공단 르노삼성차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낮은 임금과 혹독한 노동강도를 견디며 생산을 극대화한 노동자들과 르노삼성차를 살리기 위해 애써 온 부산시민들의 뒤통수를 치는 구조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지회는 "이번 구조조정 뒤에는 르노그룹의 먹튀 행각이 있다"고 비판했다. 차를 팔수록 손해가 나는 이상한 수익구조가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르노삼성차의 노동자 1인당 차량 생산대수는 2010년 기준으로 무려 71.6대다. 현대자동차(50대)나 한국지엠(60.7대)보다 월등하게 높다. 심지어 르노삼성차는 한 공장에서 6종류의 차량을 혼류생산하고 있다. 많아야 서너 종을 생산하는 다른 자동차공장의 노동강도와 비교하는 게 의미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경영난을 해소할 수 없다며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르노삼성차의 수익구조를 뜯어보면 이상한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르노삼성차는 2010년 27만대를 팔았다. 매출액도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2003년에 비해 3배 이상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은 2006년 2천200억원을 기록한 이후 급격히 하락했다. 2010년에는 34억원에 불과했다.

원인은 르노그룹의 자본유출에 있었다. 르노삼성차가 모기업인 르노닛산에 지불하는 비용은 2003년 249억원에서 2009년 2천100억원까지 급증했다. 기술사용료 등의 명분으로 르노닛산에 납입하는 돈이 차 한 대당 2003년 22만3천원에서 2009년 113만원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0년 매출액의 20%가 르노닛산에 부품비로 지급됐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은 "르노의 자본유출이 지금과 같이 계속되면 경제위기 시기나 모그룹의 글로벌 전략 변화시기에 공장 철수와 대규모 해고 등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속노조 차원에서 국제 노동계와 프랑스 금속노조들과 연대해 르노삼성의 국제기본협약 위반에 대해 적극 알리고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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