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앞 농성장에서 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지부장 김용주) 주최로 열린 'OBS의 미래를 말하다' 토론회에서 윤병철 OBS 방송기술인협회장(사진 가운데 마이크 잡은 이)이 발언하고 있다. 조현미 기자
"OBS가 이렇게 어려운 지경까지 몰린 이유는 시민사회진영의 연대라는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시민주주를 확보하는 투쟁을 끝까지 이뤄 내지 못했다. OBS가 살 길은 생존기반을 만드는 것, 그리고 방송사로서 존립가치를 증명해 내는 것이다."(김력균 OBS PD협회장)

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지부장 김용주)가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OBS의 미래를 말하다' 토론회를 열었다. 지부는 광고판매대행사로 공영미디어렙을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지난달 30일부터 방송통신위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발제자로 참여한 OBS 내 5개 직능협회(PD·기자·방송기술인·아나운서·카메라감독) 대표들은 현재 OBS 위기의 원인으로 인력부족과 경영진의 철학 부재·열악한 노동조건·방송통신위원회의 약속 불이행 등을 꼽았다. 김성수 기자협회장은 "뉴스제작의 형식적 완성도는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면서도 "(인력부족으로) 당일 발생한 뉴스는 어렵더라도 쫓아갈 수 있지만 기획이나 심층성 있는 아이템을 발굴하고 제작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원기 아나운서협회장은 "흔히 아나운서는 방송의 꽃이라고 하는데 OBS에서는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하고 나가고 있다"며 잦은 이직현상을 지적했다. 그는 "미디어렙법이라는 빙산을 치우지 않으면 OBS는 좌초할 수밖에 없는 난파선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병철 방송기술인협회장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원과 내부 쇄신을 강조했다. 윤 회장은 "신생 방송사 개국시 경영안정화 기간까지 일정기간 방송발전기금을 유예하고 분담금 비율 인하로 방송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조중동 종편에만 편향적으로 적용하는 기금 유예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내부 과제로는 △자체적인 의제설정 기능 강화 △콘텐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적정임금·근무환경 개선 △연구·사업기능이 보강된 디지털국 신설 △중간 간부급의 월간 사업목표 설정을 꼽았다. 장재호 카메라감독협회장은 "중계차 등 장비 업그레이드와 신입사원 채용을 통한 인력 확보, 자체 제작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하다"며 "주주들의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용주 지부장은 "OBS는 그동안 4대강·MBC 파업 사태·지역신문의 병폐 같은 문제를 보도하는 등 진정성을 갖고 노력했다"며 "지금은 OBS라는 배가 표류하고 있지만 배에 탄 200여 직원들의 집단 지성으로 바른 길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미디어렙 투쟁은 최저생계비를 확보하는 투쟁"이라며 "방송 콘텐츠의 질을 높여 생존 가능한 회사를 만들고, 시민주주 확보·사외이사제 도입·편성보도국장 직선제 등을 통해 OBS를 리셋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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