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으나 사업주가 잠적하는 바람에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30일 플랜트건설노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현대하이스코 전남 순천공장에서 보수작업을 하던 김아무개(사망당시 45세)씨가 천장에서 떨어진 자재에 머리를 맞은 뒤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투병 4일 만인 27일 오전 숨졌다. 사건 당시 김씨는 안전모를 쓰고 있었으나 30미터 상공에서 떨어진 10인치 스테인리스(SUS) 배관 자재의 충격을 견디지 못했다.

현재 유족들은 김씨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명확한 산재사고이지만 사업주가 잠적해 사고수습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김씨는 서울 영등포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ㄱ건설업체에서 일하는 일용직노동자였다.

그런데 ㄱ건설업체 사장은 사고에 대한 경찰조사 후 보상 문제와 사고수습 문제가 불거지자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사고가 발생한 현대하이스코도 외주업체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이유로 유족과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건설업체 사장은 유족과 노조의 면담요청에 보상 문제를 준비하겠다고 말을 하더니 그 후로는 연락이 안 된다"며 "현대하이스코에도 면담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고, 대화상대가 없으니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사건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여수지청 관계자는 "산재 처리는 가능지만 합의 부분에 대해서는 노동부가 관여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다만 "현대하이스코가 원청인지,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는 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현대하이스코에 재발방지 대책과 후속조치를 요구하며 회사 정문에서 천막농성과 집회를 이어 가고 있다. 30일 오후에는 전남도의회 의원들이 현장을 방문했다. 지역 국회의원인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도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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