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자동차용 벨로우즈 생산업체인 SJM 안산공장과 국내 최대 부품사인 (주)만도 평택·문막·익산공장에 지난 27일 기습적으로 직장폐쇄가 단행되고 경비용역이 투입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2의 유성기업’ SJM=30일 노동계에 따르면 경비용역의 무차별적 폭력으로 생산직 노동자 30여명이 크게 부상을 입은 SJM의 경우 현재 사무직들이 생산라인에 대체 투입된 상태다. 금속노조 SJM지회에 따르면 회사측은 수개월 전부터 사무직 직원들에게 기계 작동요령 등을 교육시켜 왔다. 지회 조합원들만 공장 밖으로 쫓겨난 셈이다.

SJM은 글로벌 2위의 자동차용·산업용 벨로우즈 생산업체다. 벨로우즈는 배관시스템에 장착돼 온도변화에 따른 배관의 팽창·수축·진동을 잡아 주는 부품이다. 자동차 2차 벤더인 SJM에서 만들어지는 벨로우즈는 세종공업·포레시아 같은 1차 벤더에 납품돼 자동차 부품모듈로 재가공된 뒤 현대차 같은 완성차업체에 납품된다.

국내 자동차 10대 중 7대에는 SJM에서 만든 부품이 들어간다. 2차 벤더인 SJM이 업계 내에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다. 지난해에는 매출 1천억원, 당기순이익 134억원을 기록하는 등 창사 이래 최고의 이익을 올렸다. 안정적 수익을 바탕으로 노사관계도 원만한 편이었다.

그런데 회사측은 올해 들어 중국공장에서 부품을 역수입(바이백)해 원청업체에 납품하고 일부 생산물량을 외주화했다. 식당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생산라인에 투입하고, 사무직원들에게 생산설비 작동법을 교육하는 등 생산직 노동자의 고용을 위협하는 조치들이 차례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지회가 국내공장 생산능력과 일감 보장, 외주화 철회, 노사관계 정상화를 요구하며 부분파업에 나섰고, 회사는 기습적인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지회는 “회사가 사전준비를 마치고 기습적인 직장폐쇄로 노동자들을 내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노사관계가 파행으로 치달은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계 전문가들은 두 가지에 주목하고 있다. SJM그룹의 내부구조 변경과 원청업체의 개입 여부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은 “SJM은 2010년 하반기에 지주회사를 출범시키고 계열사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올해부터 예년과 달리 노조에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그룹의 오너가 내부거래를 통해 외부감시가 덜한 비상장사에서 이득을 챙기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온 노조를 탄압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SJM의 상황을 두고 ‘제2의 유성기업 사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태의 배후에 자동차업계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해외생산 물량 납품을 금지하고 있는데도 SJM이 역수입을 추진한 것을 두고 ‘원청 개입설’이 제기되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이 아직 시행하지 못한 주간연속 2교대제를 SJM이 부품사중 두 번째로 도입한 것이 이번 직장폐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회사로서는 그룹 내부구조 변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노조의 힘을 뺄 필요가 있었고, 자동차업계로서는 부품사 교대제 개편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러한 이해가 맞물려 노사관계가 급랭하고 직장폐쇄와 유혈사태가 벌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직장폐쇄 한방에 집행부 와해된 만도지부=한편 휴가를 앞두고 단행된 직장폐쇄로 금속노조 만도지부는 지도부 총사퇴라는 후폭풍을 겪고 있다. 쟁의 전술 등을 놓고 집행부 간 이견이 표출되면서 지회장들과 지부장이 차례로 사퇴했다. 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한국지엠지부 등 완성차노조 중심의 금속노조에서 부품사로는 유일하게 기업지부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만도지부가 회사측의 기습적 직장폐쇄 한방에 나가떨어진 형국이다.

만도 역시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볼 때 이번 직장폐쇄와 용역투입에 대해 노동계조차 의외라는 반응이다. 예전 만도그룹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에 불이 붙었을 때도 단행된 적이 없는 직장폐쇄가 평이한 임단협 시기에 단행된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김지희 금속노조 대변인은 “SJM과 만도에 같은날 직장폐쇄가 단행되고 용역이 투입된 것을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금속노조의 산별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한 자동차업계의 힘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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