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노조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29일 정부가 요구한 경영개선계획 이행약정서(MOU)를 당국에 제출한 가운데 지부는 3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하고 전면적인 투쟁국면에 돌입했다.

금융노조 농협중앙회지부(위원장 허권)는 이날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요구가 있는 만큼 사측이 MOU 체결을 무효화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부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 29일 관할 당국인 농림수산식품부에 MOU를 제출했다. 해당 MOU에는 올해 4월 정부가 작성한 초안대로 △자체 자본 확충방안 마련 △경제·신용 부문별 책임경영체제 확립 △조합상호지원자금의 단계적 경제사업 활용 △경영효율화계획 단계적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고 여러 조항이 신경분리 취지와 맞닿아 있는 면이 있기 때문에 MOU를 체결했다”며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인력 등 구조조정 관련 문구는 삭제했다”고 말했다.

지부는 농협중앙회가 MOU 약정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강하게 반발했다. 지부는 “구조조정 우려가 없다”는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허권 위원장은 29일부터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사 로비에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허 위원장은 “부실금융기관에 적용하는 MOU가 체결됐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이행 과정에서 정부의 요구로 세부조항이 수정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구조조정이 시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부는 30일 전국 18개 지역본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의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전체 조합원 1만5천615명 중 1만4천551명이 투표에 참여해 96.1%(1만3천988명)가 찬성표를 던졌다. 지부는 조합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인 만큼 MOU 체결이 원점으로 되돌려지지 않을 경우 조만간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부는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부터 “노조와의 합의 없이는 MOU 체결을 않겠다”는 약속을 이끌어 낸 민주통합당의 대응을 지켜본 후 구체적인 파업일정을 정할 예정이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 회의에서 “서규용 장관이 민주통합당에 사기를 쳤다”며 “MOU가 파기되지 않으면 국정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부의 상급단체인 금융노조도 전면전을 예고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노동조합과 제1 야당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MOU 체결은 반드시 되돌려야 한다”며 “금융노조는 총파업을 불사하는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서 장관은 러시아를 순방 중이다. 지부는 서 장관이 귀국하는 1일부터 민주통합당·금융노조와 공조해 MOU 체결 무효화를 위해 농식품부를 강하게 압박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