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소속 단위사업장에서 노사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둘러싼 기존의 ‘춘투’와는 다른 양상의 노동자투쟁이 확대되고 있어 주목된다. 공기업 민영화·금융권 구조조정·간접고용 문제·타임오프·노조탄압 등 투쟁의 원인이 다변화되는 추세다.

21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 단위 사업장 8곳의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이다. 금속노련 소속 한국항공우주산업(KAI)노조는 최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민영화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부실기업을 알짜 공기업으로 키워 놨더니 다시 민간에 넘기려 한다”고 반발했다. KAI는 군용기 분야 방위산업체로, 97년 정부가 재벌 기업의 항공사업부를 통합해 설립했다. 정부는 KAI의 지분 매각을 올해 안으로 마무리할 방침이다. 매각주간사 선정까지 마쳤다. 노조는 “KAI가 민영화될 경우 국책사업에 대한 민간업체 독점권 부여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연합노련 소속 한전산업개발노조는 민영화에 따른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한전 자회사였다가 2003년 민영화된 한전산업개발은 최근 재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노조는 “대주주인 자유총연맹이 각종 이득을 취한 뒤 먹튀를 하려 한다”며 매각 추진에 맞서 쟁의행위 수순을 밟고 있다.

금융공기업 매각 문제도 걸려 있다. 우리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 노조로 이뤄진 우리금융그룹노조협의회는 정부가 추진 중인 일괄매각 민영화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는 공기업이 잇단 매물로 등장하는 현재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조기두 한국노총 조직본부장은 “공적자금 회수 등의 이유로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공기업 매각과 민영화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통적인 노사갈등 대신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원청업체인 배스킨라빈스 코리아를 상대로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파업 중인 화학노련 소속 서희산업노조, 사용자의 전근대적인 노무관리와 성희롱에 반발해 쟁의행위를 앞두고 있는 식품산업노련 디아지오코리아노조, 사용자측의 노조활동 개입과 노조전임자 급여 중단 등을 둘러싸고 회사와 갈등 중인 금속노련 대덕전자노조, 지난해 정부의 신경분리 조치 이후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금융노조 농협중앙회지부, 서울시의 감차 방안이 조합원들의 고용을 위협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자동차노련 서울시버스노조가 정부 또는 회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갈등 사업장이 늘고 있지만 한국노총 차원의 대응은 미흡한 수준이다. 정치방침과 위원장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한 산별연맹 관계자는 “정치방침은 조직의 안정과 현안 해결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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