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을 둘러싸고 세상이 시끄럽다. 진보당의 내분 사태를 주도하는 자들은 'NL우익'이다. 이들은 민족해방을 최상위 가치로 여긴다는 점에서 NL이고, 사회주의 지향의 당 강령 폐기를 주도하고 노동자 중심성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운동진영 안에서 ‘우익’이다.

국회의원 자리와 당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NL우익’은 ‘진성당원제’, ‘당원총투표’를 내세운다. 하지만 당원 명부 관리가 허술하다. 유령 당원이 존재한다. 당원투표를 관리·집행할 실력이 없다. 무엇보다도 당원 관리와 당원 투표를 책임진 집행부와 실무진의 객관성과 중립성·정직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진성당원제와 당원총투표의 전제가 부정당하고, 그 기반이 허물어진 것이다.

당원 일상 활동은 없고, ‘당원총투표’만 남아

상황이 이런데도 2000년대 중반부터 당을 좌우해왔던 ‘NL우익’은 ‘진성당원제’와 ‘당원총투표’라는 말장난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1950년대 자기 일파의 장기집권을 위해 국회라는 대의체를 무시하고 ‘국민직선제’를 악용했던 이승만의 추태와 꼼수를 연상시킨다.

‘진성당원제’의 핵심은 당원의 일상적인 활동이다. 하지만 당원을 위한 일상 활동은 별로 없었다. 당의 정보와 재정은 당원에게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운영과 결정에서 당원이 참여하는 민주적 구조는 부실했다. 당원은 당내 선거 때만 동원됐을 뿐이다. 이것을 ‘NL우익’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진성당원제의 핵심인 당원의 일상활동이 부실했던 데는 지난 몇 년 동안 당을 정치적·실무적으로 책임져왔던 ‘NL우익’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NL우익’은 진보당 노선의 핵심이 ‘진성당원제’라고 주장하면서, 당 중앙위원회 결정을 통해 출범한 혁신비대위를 부정하고 ‘당원비대위’를 출범시켰다. 당원 운운하지만, 사실 전체 당원의 뜻보다는 자기 정파의 뜻만 따르는 ‘NL우익 비대위’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지난 수주간 진보당 안에서 벌어진 사태 전개는 말끝마다 ‘당원’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당원 일반과는 가장 거리가 먼, 정파 논리에 휩쓸린 사람들임을 증명해주었다.

분당을 향해 내닫는 ‘NL우익’

진보당의 절차와 형식을 깡그리 무시한 ‘당원비대위’의 출범은 ‘NL우익’이 분당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NL우익’의 공개매체인 <민중의소리>는 진보당의 현재 사태를 당권분쟁을 넘어선 노선분쟁으로 분석하면서 “분당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NL우익’들이 진보당 안에서 자신들을 제외한 나머지 정파들이 “우경화”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노선투쟁이 불가피하고, 노선투쟁은 합의보다 간극을 벌리기 때문에 분당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의 역사를 돌아보면, 우경화의 모멘텀은 ‘NL우익’의 아이돌이었던 이정희 대표체제의 출범이었다. 이후 사회주의 지향의 당 강령은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우경화된 노선으로 변질되었고, 2004년부터 정파를 가리지 않고 당 내부에 횡행하기 시작했던 노동자 중심성과의 거리두기는 가속화되었다. 민주노동당 우경화의 하이라이트였던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은 ‘NL우익’ 자신들이 주도한 결정이었다.

자유주의 중도노선과 합당할 때 이들이 내세운 논리가 “운동권끼리 또 다시 운동권 진보정당을 건설할 것인가 아니면 운동권과 비운동권이 통합하여 진보적 대중정당을 건설할 것인가”였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과 합치면 “운동권 진보정당”이 되고, 국민참여당과 합치면 “진보적 대중정당”이 된다는 우스운 주장이었다.

당시 <민중의소리>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노선을 ‘고립주의자’로 낙인찍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합당은 “정파연합당의 낡은 틀”, “대중이 떠나버린 고립”, “성장과 발전이 멈춘 정체”, “자기 혁신에 등 돌린 교조”로 규정했다. 나아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고투였던 “민주노동당의 10여년”을 “정체경험”으로 평가하면서 “독자적 성장발전론의 낡고 왜소한 틀을 깨라”, “연합전선을 배제하는 정파적 고립주의와 결별하라”, “진보정치의 주인인 대중에게 다가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당 ‘우경화’ 남탓으로 돌리는 ‘NL우익’의 거짓말

그러던 그들이 이제 와서는 “노동중심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개량화 노선을 걸어가는 신당권파”라고 거짓말하면서 자신들이 주도했던 진보정당 우경화의 구정물을 ‘민주노총 국민파’와 ‘신당권파’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 부실과 부정이 동전의 양면이듯이, 거짓말과 기회주의도 동전의 양면이다. ‘NL우익’의 기회주의적 작태가 1997년 이래 만난(萬難)을 무릅쓰고 이어져온 노동자 정치세력화 흐름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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