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을 보면서 그날이 떠올랐어요. 같은 사업소에 근무하던 기관사가 공황장애로 죽었거든요. 그동안 많이도 버텨 왔네요.”(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 김아무개씨)

지난 12일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 이아무개씨의 투신자살은 9년 전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2003년 8월 두 명의 기관사가 공황장애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지하철 기관사의 공황장애는 사회적 이슈가 됐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절정을 이뤘다. 하지만 9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공황장애는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극단적인 불안증상을 말한다.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공황장애는 불안과 공포가 너무 커서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덜 괴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병”이라고 말했다.
 

통계를 보더라도 도시철도 기관사의 공황장애는 심각한 수준이다. 2006년 8월 현재 정신질환 발병자가 32명이나 됐다. 이 중 14명이 산재신청을 해서 11명이 인정받았다. 사망자는 2명이었는데, 이번에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3명이 됐다.<표 참조>

인제대 보건안전공학과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2003년 서울도시철도노조 조합원 1천212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8.2%가 수면장애, 45.2%가 우울·불안 등 신경정신과적 증상을 호소했다. 2004년 한국산업안전공단(현 안전보건공단) 직무스트레스연구회가 서울도시철도노조 승무직능 조합원 719명을 대상으로 직무스트레스를 조사한 결과 고위험 스트레스 42.3%, 우울증 34.8%, 불안증상 16.5%으로 나타났다. 2007년 가톨릭대가 도시철도 기관사 8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건강검진에서는 기관사의 우울증 유병률이 평균 남성의 2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3배, 공황장애는 7배에 달했다.

이후 사회적 관심이 사그라지면서 더 이상 통계가 나오지 않고 있다. 노조가 “노사가 공동으로 실태조사를 통해 노동환경을 개선하자”고 촉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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