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에서 지하철 기관사 이아무개(43)씨가 투신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공황장애를 방치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사 노사에 따르면 공사 답십리승무관리소 소속 기관사인 이씨는 이날 오전 8시6분께 왕십리역에서 오전근무를 마친 뒤 왕십리역에서 선로로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 서울도시철도노조(위원장 정주남)는 “공사가 고인의 공황장애를 방치했기 때문”이라며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95년 기술직(전자직)으로 입사한 뒤 2006년 승무직(기관사)으로 전직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6월 공황장애로 병가를 사용했다. 올해 2월에는 어지럼증·긴장감·구토 등의 진단서를 제출하며 전직신청을 했다. 그러나 공사는 고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고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며 “2004년에는 도시철도공사 기관사의 공황장애가 사회적 이슈가 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는데도 공사는 이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당시 공황장애의 근본원인인 1인 승무제를 2인 승무제로 전환할 것과 공황장애 유소견자를 다른 직능으로 전직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공사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오히려 회사측은 실적관리제도를 도입하고 기관사 본연의 업무 외적인 일까지 강요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인의 죽음은 단순한 자살이 아니다"며 "회사측의 소극적 대처와 전근대적인 노무관리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04년 한국산업안전공단(현 안전보건공단) 직무스트레스연구회가 실시한 도시철도 승무직능 직무스트레스 조사 결과 신경정신과 치료 유경험자가 21명, 불안장애·공황장애·적응장애 등 신경정신과적 정밀검진 유소견자가 112명에 달했다.

노조는 “2006년에 1인 승무로 인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 발병자가 32명이나 됐고, 이 중 14명이 산재신청을 해서 11명이 승인을 받았다”며 “이후에는 알려진 데이터가 없고 지금은 그 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만 할 뿐”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영진의 공개사과와 책임자 처벌, 기관사 공황장애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1인 승무제를 2인 승무제로 전환할 것도 촉구했다. 노조는 13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요구할 방침이다.

한편 공사 관계자는 “(기관사 투신자살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관련 부서에서 조사 중”이라며 “공황장애 여부는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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