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MB씨의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결국 대통령 이명박은 자기 건줄 알고 방송을 말아먹었다. 아닌가? KBS나 MBC나 YTN이나 다 마찬가지 운명에 처했다. 그게 이명박 정권이 벌여 놓은 괴벨스 방송전략이었다. 공영방송은 언론의 기능이 아니라 홍보나팔수의 소임을 다하라는 지침에 따라 이명박의 입이 되기에 바빠졌다.

그러면서 미운 털들을 하나하나 뽑아 버렸다. 이로써 모든 게 다 잘 굴러가리라고 여겼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결국 국민과의 소통기능은 마비됐고 여론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충수를 뒀다. 비판의 목소리를 침묵시키고 자기들이 스피커 사용권한을 독점하더니, 방송언론은 어느새 집권세력의 확성기 역할 외에는 달리 할 게 없어지고 만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이미 달라지고 있었다. 확성기가 된 방송의 구성원들은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방송의 미래에 대해 가만 두고 볼 수 없다는 결의를 다졌다. 물론 이러한 결의와 운동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 MBC의 구성원 상당수가 노조파업에 지지를 표했다. 김재철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명박 정권 집권 말기의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 등으로 이러한 저항에 제동을 걸 힘이 약해진 상황이다.

게다가 KBS·YTN 등의 동조가 가세됨으로 해서 방송 민주화의 문제는 정면에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이제 총선과 대선이 남아 있는 시점에서 방송의 민주화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방송이 권력에 유착해 편향·왜곡·은폐·삭제 등의 방식으로 진실을 가리면 선거 국면에서 이는 매우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MBC가 깃발을 들어 권력이 방송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방송은 그 사회의 뇌 회로다. 이걸 장악하려 드는 자는 그 사회의 뇌를 움켜쥐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뇌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겠다는 것이니, 이만큼 흉악한 짓이 어디 있겠는가. 남의 뇌를 자기가 마음대로 조정하고, 남의 눈을 가리고 보여 줄 것만 보여 주려 하는 정치공학이 지배하는 정치는 반드시 그 권력도 망하게 한다. 이걸 모르고 덤비면 역사의 보복을 받게 돼 있다.

MBC 파업은 그 의지와 힘이 보다 확산돼 국민적 분노 속에 이명박 정권 심판의 분위기로 가게 해야 한다. 그동안 방송을 쥐락펴락하면서 얼마나 국민들을 기만해 왔는가. 게다가 EBS의 경우에는 제주도 강정마을 다큐도 불방으로 그치게 했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그래서 국민적 토론을 막고 주요한 결정에 대해 민주적 논의과정을 묵살해 온 것 아닌가.

그러니 이 문제는 특정 방송국 하나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그 피해는 국민 전체가 보고 있다는 점으로 해서 이 책임을 막중하게 물어야 한다. 아니, 대체 남의 뇌를 자기 것처럼 조정하고 움직이려드는 세력을 어찌 용서할 수 있겠는가. 다음에 누가 권력을 잡던 그런 유혹에 다시는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일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들어서게 해야 하고 대중적 폭발력을 갖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정치권은 MBC 파업에 대해 대대적인 지지를 보이고, 논란을 펼쳐야 한다. 방송이 죽으면 정치도 죽는다. 뿐만 아니라 당장의 선거에서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는 점에서 정치인들은 일차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보면 이 문제에 대해 별로 열정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 공천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달리 신경을 쓸 여가가 없다고 할지 모르나, 바로 그런 점에서 더더욱 정치권은 이를 문제 삼아야 한다.

KBS 정연주 사장을 쫓아낼 때도 그랬고, MBC와 KBS의 인사이동을 해 나갈 때도 그랬다. 모든 것이 무리에 불법에 막가파식이었지 않은가. 결국 사법부의 결론에 따라 그 모든 결정들이 억지이고 인격 모독에 명예훼손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얼마나 국민 전체의 여론을 왜곡시켰던가.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명박 정권은 정권을 스스로 알아서 내놓아야 할 판이다. 더군다나 그 후계정권을 노리는 세력은 정수장학회라는 일종의 장물을 가지고 있으며, 방송 지분까지 손대고 있는 형편 아닌가.

정리해 보자. 깨끗하게. 다시는 이런 식으로 방송에 재갈을 물리고, 자기 사유재산처럼 막 굴리고, 진실을 가두고, 거짓이 진실 행세를 하게 하는 세력은 역사에서 퇴출해야 한다. 방송 민주화는 이런 모든 정치적 성과를 위해 필요한 1차 작업이다. 국민의 것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일. 그래서 기만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일. 그것은 알 것을 제대로 알고, 말할 것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언론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상식 아닌가.

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대학원 교수 (globaliz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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