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의 이사장 선출이 무산됐다. 음주문화연구센터는 알코올중독을 전문적으로 치료·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공익기관이다.

20일 공공노조 의료연대서울지부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분회(분회장 정철)에 따르면 센터는 이날 오전 서울 반포 팔래스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전 국세청 대구청장을 이사장으로 선임하려 했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에 참관한 조합원들의 반발과 이사진들의 퇴장 등으로 이사장 선출 안건은 부결됐다.

지난 2000년 국세청 주도로 센터가 설립된 후 법인 이사장과 사무총장은 국세청 퇴직관료가 도맡아 왔다. 김남문 현 이사장도 국세청 퇴직관료 출신이다. 운영비는 주류제조사들이 매년 50억원씩 내는 출연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그런데 올해 1분기 출연금 12억5천만원을 포함해 2008년 이후 42억5천만원의 출연금이 센터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출연금은 한국주류산업협회가 조성해 지급하게 돼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장 역시 센터 이사장이 맡고 있다.

분회는 국세청의 낙하산 임원으로 인해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세청이 한국주류산업협회와 센터 등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관행에 대해 매년 국감에서 지적돼 왔으나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에 분회는 2005년부터 국세청의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투쟁을 벌였다. 분회에 따르면 현 이사장은 센터 건물을 매각하고 병원사업 포기를 종용하는 등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해 왔다. 한국주류협회 회장 등의 자격을 이용해 센터출연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관리·감독할 이사회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사는 이사장의 추천으로 이사회를 거쳐 보건복지부가 최종승인을 하나 출연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를 이사로 선임해도 구별할 방법이 없어 이사장의 이사회 장악이 가능하다. 복지부도 지난해 6월 감사를 통해 "이사 구성이 부적절하다"며 특수관계자 초과인원 교체를 지시했으나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정철 분회장은 “국세청의 낙하산 인사는 공익사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물론 주류업계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국세청의 권력을 이용해 공익재단을 말살하고 자신들의 영향력 키우는 데 맞서 낙하산 저지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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