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다시 장시간 노동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번에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완성차업계의 고질적인 연장·야간근로 문제를 지적하며 교대제 개편을 요구했다.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어제는 주야 맞교대, 오늘은 연장근로를 직접 겨냥하며 칼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 드라이브라 할 만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거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기업의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는 좋은 일자리를 검토해 본격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무엇을 의도하는지는 분명하다. 바로 일자리다. 이런 방식은 그간 노동계가 요구했던 바이기도 하다. 재계가 강하게 반발한 것은 그래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노동계도 정부의 발표를 영 마뜩잖아 한다. 한쪽은 임금이 줄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다른 한쪽은 립서비스에 그칠 것이라는 체념하는 듯하다.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드라이브.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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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해석 시정하고 위법자 처벌하면 된다”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이 나라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는 근로기준법이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3조는 당사자의 합의로 1주간 12시간 연장근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1주간 52시간까지는 당사자의 합의로 근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휴일근로는 제외하는 것이라고 정하고 있지 않다. 당연히 그 휴일의 근로까지도 1주간의 52시간의 범위 내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해석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휴일근로를 제외한 나머지 근로만으로 1주간 52시간을 넘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행정해석을 해 왔다. 그래서 1주간 52시간을 넘어서는 장시간 근로가 수많은 사업장에서 행해졌다. 그러니 고용노동부가 당장 그 행정해석을 시정하고 위법 사업장의 사용자를 처벌하면 된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문제는 임금이다. 근로시간이 줄게 되면 현행 시급제로는 문제가 된다. 지금 같은 교대제는 근로기준법상 유지될 수 없다. 52시간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임금체계는 이처럼 문제 있는 근로형태를 기준으로 세운 것이다. 노사가 다른 말로 이런 정도의 생활 임금은 돼야 한다고 해서 연장·야간근로수당에 합의한 것이다. 그러니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기존에 받던 임금을 총액으로 보전받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까지 법정 근로시간 단축은 임금손실이 없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근로자들이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하면서 기존 물량은 채워 주겠다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어색한 일이다.


“장시간 근로 개선은 미룰 수 없는 과제”

박종길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

장시간 근로 관행을 바꾸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없는 과제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커졌는데 노동시장의 수준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긴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산업재해율도 대단히 높다. 반면에 노동생산성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우리의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마치 철 지난 옷을 입고 있는 모양새다. 이제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후진적 근로관행을 바꿔야 할 때다.

정부는 이에 따라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시켜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장시간근로를 유발하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줄일 예정이다.

노사 양측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저하나 생산량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을 제고하면 임금이나 생산량 감소 없이 근로시간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 기업이 생산설비에 더 투자하고 근로자의 능력개발이 더해지고, 정부가 적절하게 지원하면 노사의 우려는 해소될 것으로 본다. 바람직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노사 모두 열린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치적 수사 전락 우려, 사회적 대화 선행돼야”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실장

집권 5년차로 레임덕을 겪고 있는 MB정권이 노동시간 단축의 칼을 빼들었다.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정부 발표의 근본 취지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한국은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국가이고, 연간 2천256시간(2009년)으로 OECD 가입국 중 가장 길다. 특히 고용정체와 세계 최장노동시간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노동시간 단축은 고용창출·삶의 질 향상·안전보건상의 건강권 확보 등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임기 말년에 접어들어 친인척비리·권력형비리 등으로 사실상 국정운영능력을 상실한 현 정권이 노동시간 단축을 효과적으로 달성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한국노총이 그동안 노동시간 단축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음에도 정부는 번번이 외면했다. 그런 마당에 선거의 계절을 앞두고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제기했다. 정치적 수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총선·대선 과정에서 정치권이 제도개선에 집중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무한이윤 확보와 노무비 절감 그리고 잔업·특근에 맞춰진 불안전한 임금체계에는 노사 간의 복잡하고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정부 단독으로 풀기 어렵다. 따라서 관행적·고질적으로 ‘질 나쁜’ 저임금·장시간 노동 체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과 임금·근로조건 저하 등을 고려해 별도의 지원제도 마련이 강구돼야 한다. 이를 위한 노사정 간의 진지한 사회적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
 


“임금 대책 없는 노동시간 단축, 선거용 생색내기”
김지희 금속노조 대변인

OECD 최장 노동시간 한국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진심으로 환영할 일이고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행보에 여러 가지 우려가 제기된다. 노동시간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관점과 정책실현을 위한 태도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일자리 나누기다. 대기업 노동자의 일자리를 쪼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선거를 의식한 철저한 생색내기용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임금저하 문제와 중소·영세 사업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대공장 노동자의 임금구조 개선과 임금수준이 열악한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대공장 노동자의 현실은 어떤가. 기본급 비율이 낮고, 일한 만큼 돈을 버는 시급제 신세다. 이러니 임금의 40%를 수당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은 또 어떤가. 최저임금에 수당을 붙여도 100만원을 밑도는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정부는 임금 저하를 막고, 임금구조를 개선하고, 저임금 노동자 보호를 위한 어떤 대책을 갖고 있나.

다음은 일자리 질의 문제다. 정부는 선거용으로 4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생색내려는 시도보다는, 좀 더 나은 일자리를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행보를 해야 한다. 이 틈에 사내하청이나 불법파견 문제를 묻어 둬서도 안 된다. 정부 발표에 대해 경총은 난색을 표하며 노동의 유연화를 확대해 달라고 외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말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노동이 될 수 없다. 장시간 노동과 노동의 유연화를 맞바꾸려는 행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근로시간 유연화가 먼저다”

황인철 한국경총 홍보본부장

고용노동부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 12시간에 포함시켜 근로시간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업들은 별도의 행정해석을 통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고용노동부의 방침을 준용해 인력을 운용해 왔다. 노동부의 이번 발표는 현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는 것이다.

특히 근로시간의 유연한 활용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법 개정 등 인위적 조치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을 강제하는 것은 노동시장에서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다. 근로자들에게도 부담이 된다. 주말특근을 시행하는 사업장 근로자의 경우 정부의 조치로 최대 3분의 1가량 소득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과연 근로자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한국 노동시장의 근로시간은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실근로시간을 점진적으로 단축시켜야 한다는 점은 경영계도 공감한다. 그래서 노사정이 현재의 실정을 감안해 2020년까지 1천800시간대로 연간 실근로시간을 점진적으로 단축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급격하고 인위적인 근로시간 단축은 노사정 합의정신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노사 모두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정부는 현실에 맞는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산업현장의 요구에 부응해 전반적인 근로시간 유연화에 초점을 맞춰 법을 개정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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