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동자들이 사용자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중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은 비율이 1.7%에 그쳤다. 전체 부당노동행위 사건 1천598건 중 고작 24건이다.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은 2006년 10.2%, 2009년 7.5%를 기록했다. 그러더니 2010년에는 2.8%로 급격하게 떨어졌고 급기야 지난해 1%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기각(839건)·각하(69건)가 대부분이었다. 나머지는 취하가 279건, 화해가 150건이었다.

노동위원회는 법원의 판례 경향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앙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법원에서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구제를 동시에 구할 경우 부당해고를 인정하면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굳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 가입 등을 이유로 해고를 당하는 불이익 취급 문제가 구제신청의 대부분인데, 부당해고를 인정받으면 원상이 회복됐다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신철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은 “심문을 해 보면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하는 쪽에서 체계적인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불이익 처분을 입증해야 하는데, 주장만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당노동행위 인정률 1%대는 다른 말로 더 이상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실익이 사라졌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낳았을까.

▲ 이철수
서울대 교수
“심문회의 시간 부족, 직권조사로 뒷받침해야”

우리나라는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이 너무 낮다. 노동위원회는 애초에 부당노동행위를 판정하기 위해 설립됐다. 89년 부당해고 심판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해고사건까지 다루게 됐다. 최근 노동위의 경향은 보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꼴이다.

부당노동행위는 부당해고 사건과 달리 심문 한 번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의사가 있었음을 노동자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노조 선거에 사용자가 개입했다는 정황을 갖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노동자가 모두 입증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더군다나 현재 60분 정도의 심문회의로는 부족하다. 직권조사나 사전조사가 충실히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입증책임 주체를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소송기술적인 문제일 뿐이다. 지금도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확인할 때 주변 정황이나 간접 사실을 들어 추정적 의사가 있으면 족하다는 판결이 있다. 공익위원 간에 편차가 있을 수는 있다. 공익위원들의 성향이 부당노동행위 판정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

▲ 신인수
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
"노동위원회 구성, 원점서 재검토해야"

노동위원회에서 부동노동행위 인정률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이유를 입증하기는 힘들다. 다만 고용노동부에 대한 노동위의 종속성이 커지고, 공익위원 구성이 점점 사용자에게 유리해지고 있는 점은 우려스런 대목이다. 실제 지방노동위의 경우 위원장의 대부분이 노동부 관료 출신이다. 이런 구조에서 ‘근로자에 대한 신속한 권리구제’라는 노동위의 설립 취지가 퇴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5년 사이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전국의 수많은 사업장에서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를 시정해야 할 기관이 바로 노동위다. 그런데도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모순이다.

반면 현행 노동관계법상 노동위의 권한은 점점 커지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시정·타임오프·복수노조 등과 관련한 중요한 업무가 노동위에 집중되고 있다. 노동위가 각종 권한에 상응하는 공정성이나 독립성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동위 구성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때가 됐다. 지금처럼 ‘근로자에 대한 신속한 권리구제’라는 애초 취지가 방기되는 식이면 곤란하다. 노동위의 임원과 공익위원 등을 선임하는 단계부터 노사정 3자가 참여해 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노동위와 법원, 건강한 긴장관계 필요”

이명박 정부는 노동위원회 위원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도했다. 노동법 전문가, 노동문제 전문가들 대신 경영학이나 인사관리 분야의 인사들이 대거 공익위원으로 위촉됐다. 판정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각 노동위원회별로 화해를 유도하는 성과지표와 이에 따른 경쟁적 화해 추진 정책의 문제도 있다. 화해가 바람직한 것이긴 해도 의미 있는 사건의 경우 법적인 시시비비를 가려 새로운 판정과 판례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방노동위원회 간의 경쟁적 화해가 자칫 그런 기회를 차단하는 문제가 있다. 물론 이럴 경우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은 결과적으로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입증책임의 문제다. 부당노동행위는 기본적으로 은밀하고 교묘하게 이뤄진다. 부당노동행위의 구제를 원하는 노동자나 노조에게 입증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정보력과 재정 및 조직적 측면에서 현실적이지 않다.

궁극적으로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제도 운영에 있어 법원과 노동위의 건강한 긴장관계에 관한 부분이기도 하다. 노동위는 기본적으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거기에 따라야 하겠지만, 노동위의 전문성과 독자성 및 유연성을 토대로 법원의 판결을 바꿀 수 있는 긴장관계 또한 있는 것이다. 법원 판결에 대한 수많은 도전과 실패 끝에 새로운 판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기간제 노동자의 반복적 계약 갱신에 대한 갱신기대권 등 부당해고 적용의 논리가 대표적인 예다.

▲ 양현
철도노조 법규부장
“부당노동행위 여부 입증, 사용자가 해야”

노동위원회에서 부당징계로 구제만 돼도 선방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부당노동행위는 인정되기 어렵다는) 패배의식이 만연해 있다. 노동위원회는 말할 것도 없고 법원도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요건을 너무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 공인노무사로 8년, 철도노조에서 6년 동안 법규를 담당했는데 지금까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해서 인정된 것이 2009년 11월 딱 한 차례다. 2009년 9월8일 기관사 파업 때 철도공사가 외부 대체인력을 투입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이었다. 단체협약에는 쟁의기간 중에 외부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충남지노위는 단협을 준수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초심을 뒤집었다. 필수유지업무가 도입되면서 법으로는 외부 대체인력을 50% 투입할 수 있다. 단협과 법이 충돌한 것이다. 중노위는 공익 목적으로 대체인력을 투입한 것이라며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정했다. 고민 끝에 행정소송으로 가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지노위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 것만으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부당노동행위는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근본적으로 부당노동행위 입증 책임에 문제가 있다. 판례는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요건으로 사측의 지배·개입이 노조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노조한테 입증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당해고처럼 입증책임을 사용자로 전환해야 한다.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 정당한 노무관리의 일환이었다는 것을 사용자가 입증해야 한다. 부당노동행위를 좁게 해석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도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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