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된 후 복수노조가 가장 많이 생긴 업종은 택시업계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복수노조 시행 이후 새로 생긴 노조는 640개인데, 이 중 206개가 택시사업장에서 생겼다.

기존 노조에서 분화되거나 새로 노조가 신설된 경우도 있지만 사용자의 직접적인 지원으로 생기는 이른바 ‘사용자 지원노조’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상조회가 노조로 전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택시 사용자들은 기존 노조 조합원들에게는 헌 차를 배차하고 사고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는 반면, 사용자 지원노조에는 온갖 혜택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기존 노조를 무력화하고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악용해 조합원을 빼낸 후 기존 노조의 과반수 지위를 잃게 하는 전략이 대표적이다. 신입직원에게는 사용자 지원노조 가입을 권유한다. ‘부당노동행위의 백화점’으로 불리는 택시업계의 사용자 지원 노조. 제동 걸 방법은 없을까.

“부당노동행위 하면 치명적 손해를 보도록 만들어야”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택시업계는 지난해 복수노조 허용 이후 복수노조 설립이 가장 많은 업종이다. 이렇게 복수노조가 많이 설립되는 것은 택시업계의 불안한 노사관계 관행을 반영하고 있다. 택시업계는 사납금제나 차량 배차 등에 따라서 근로조건이 천차만별이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가 노무관리를 위해 이러한 근로조건 차별을 이용하는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복수노조 시대에 사용자가 강성 노조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근로조건을 차별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법적인 부당노동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과 같은 입법론적인 방법보다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가 강성노조를 견제할 목적으로 복수노조 설립을 지원하거나 개입하는 것과 같은 불법적인 부당노동행위를 하면 치명적인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복수노조 시대의 공정한 노사관계 질서 확립을 위해 부당노동행위 사건에 대한 조사와 감독을 더 강화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불법적인 부당노동행위로 판정될 경우 처벌수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산별교섭 내용 소수노조 조합원에게도 적용해야”

▲ 김성재

민주택시노조
정책국장

복수노조 제도 시행을 전후로 어용노조가 출현하는 것은 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가 일방적으로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데 기인한 것이다. 사업주들은 현재의 불합리한 노조법을 악용해 좀 더 쉽게 노조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 사용자 주도 어용노조에 대한 강제가 절실히 필요하다.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는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 먼저 산별교섭과 쟁의권을 보장해야 한다. 과반수노조에 의한 교섭창구 단일화가 아니라 소수의 조합원이라도 중앙 혹은 지역산별교섭을 통해 체결된 교섭내용을 적용받는 산별교섭 체계가 이뤄져야 한다. 산별교섭을 배제하고 사업장 단위 과반수 교섭대표노조로 창구단일화를 하게 하고, 전체 노동자의 동의에 의해 쟁의행위를 결의하게 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노조탄압이다.

둘째, 노조활동의 기초가 되는 제반사항은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 일정규모 이상 노조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무실을 제공하고 조합비 일괄공제, 총회·대의원대회 등 기본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복수노조가 설립됐을 때 새로운 협약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기존 임금 및 단체협약이 계속 적용돼야 한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지침을 통해 신규노조에 대해서 기존의 임단협 중 규범적 부분만 적용하고 채무적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지도하고 있다. 넷째, 현저한 차별적 문제에 대해서는 단순한 시정차별이 아니라 부당노동행위로 사용자 처벌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정권교체기에 전체 노동자의 투쟁을 통해 반드시 노조법을 개정하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즉각적인 처벌, 노동부의 철저한 현장지도를 통해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근로감독 강화·사전교육·노조법 재개정이 대안”

 

▲ 김태황

전국택시노련
조직국장

택시업계에서 사용자 지원노조가 잇따라 설립되는 것은 사업장이나 노조(조합원)에 대한 사용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업장이 소규모인 데다, 택시기사들의 고용도 불안하다. 게다가 사용자는 배차에서 차별을 하거나 새 차 대신 헌 차를 주는 방식으로 조합원을 통제한다. 반면 동호회나 친목회 같은 경우에 찬조금 형식으로 금액을 제공하면서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다. 채찍과 당근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조는 금세 기존 노조를 제치고 과반수노조의 지위를 차지한다. 사용자는 이렇게 투자한 금액을 임금·단체협약 개악 등을 통해 환수한다. 일부에게 제공한 금액을 전체 조합원에게 전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이나 택시업계에서는 부당노동행위는커녕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을 어겨도 사용자가 처벌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사전교육도 중요하다. 노사 모두에게 이런 행위는 법 위반이라고 설명해 주면서 부당노동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나아가 과반수노조에 교섭대표 지위를 주는 노조법을 재개정해야 한다. 소수노조의 교섭권이 사실상 박탈된 상태에서는 노조 간 공정한 경쟁이 어렵고, 사용자들이 친사용자 노조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이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관계 취약 택시업종, 부당노동행위 엄정수사"

▲ 권혁태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

택시업종은 기본적으로 노사관계가 가장 취약한 업종으로 꼽힌다. 복수노조 허용 이후 노조 설립이 가장 활발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모두 사용자 지원노조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택시업종은 다른 업종과 달리 노조의 장악력이 높지 않은 편이다.

제조업 같은 경우 노조 조합원들이 한 공간에서 일하기 때문에 동질성이나 단결력이 높다. 그러나 택시의 작업공간이 개별화돼 있기 때문에 직원들 간에도 각각의 상조회나 친목동호회로 파편화되는 경향이 강하다. 노조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질 경우 그만큼 복수노조 설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택시업종을 비롯해 전체 사업장에서 부당노동행위가 적발되면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부당노동행위 혐의가 접수된 부산지역 D택시회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런 방침에 따라 실시됐다. 부당노동행위가 신고될 경우 적극적으로 조사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할 것이다.

“노조가 사용자 감시하는 제도 도입해야”

▲ 현정길

운수노동정책연구소
연구원

택시노조의 경우 민주노총 소속도 있지만 대다수가 한국노총 소속이었다. 한국노총 내에서도 운수교통산업 노조는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 보수적이라는 것은 조직체계가 관료화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노조가 관료화되면서 현장 택시기사들의 불만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노조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복수노조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다. 그러데 의외로 제도적인 위협 때문에 여전히 자주적인 민주노조를 결성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기존 노조에 대해 반감이 있던 사용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노조를 만들 수 있는 쉬운 조건이 됐다. 배차를 통해 현장 노동자들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단기적인 효과는 나타날 수 있겠지만 현재의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인력만으로는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은 노조다. 노동부가 근로감독관을 증원할 수 없다면 명예근로감독관에게 권한과 기능을 주는 방안도 있다. 명예산업안전감독관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미약하기는 하지만 노조 출신을 명예근로감독관으로 선임해 현장지도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원론적으로는 복수노조 상황에서 노동자가 단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어느 노조이든 자주성이 확보돼 있다면 당면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노동조건 탄압에 대해 공동대응하면 좋다. 제도적으로는 자율교섭제로 바꿔야 한다. 소수노조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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