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도장라인에서 실습 중이던 고3 학생이 과로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완성차업계의 장시간 노동관행이 부른 예견된 사고였다.

21일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에 따르면 전남의 한 실업고 자동차학과 3학년 김아무개(18)군은 지난 10월부터 이 공장 도장라인 상도반에서 실습을 시작했다. 주야 맞교대로 돌아가는 공장에서 김군은 평일 10시간씩 근무하고, 토요일에는 8시간 특근을 했다. 이러한 근무실태는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밝힌 ‘완성차업체 근로시간 실태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부에 따르면 해당 라인의 노동자들은 주당 최장 70시간 이상 근무에 투입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은 지난 17일 저녁 "머리가 아프다"며 동료와 병원에 가려고 기숙사를 나서다 경비실 앞에서 쓰러졌다. 뇌출혈 증세를 보인 김군은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의식불명이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수면주사를 투입한 상태로 소생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부에 따르면 기아차는 봄·여름은 전문대 학생을, 가을·겨울은 전문계고 학생을 실습생으로 받아 현장에 투입해 왔다. 현장 실습생을 상시인력처럼 사용해 온 셈이다. 기아차가 최근 광주공장의 생산량을 현재의 연산 50만대에서 62만대로 증산하겠다고 밝히자 실습생들은 정규직 채용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장시간 노동을 견뎌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68조)은 미성년자의 주당 최장 노동시간을 1주일에 46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김군과 같은 실습생들이 근로기준법이 아닌 직업훈련교육촉진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번처럼 사업주가 미성년자를 장시간 노동에 투입하더라도, 사업주를 처벌한 법적 근거가 없다.

문길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미성년자 실습생의 장시간 노동을 방지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하루 6시간 미만, 주간 35시간 미만으로 미성년자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야간노동과 유해위험업무 투입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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