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자동차업계 교대제 개편 문제가 노동시장 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올해 유성기업 사태를 계기로 제조업계 밤샘노동의 폐해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데 이어 최근에는 고용노동부가 주요 완성차업체를 상대로 노동시간 단축 방안을 내라고 주문하고 있다. 노동계도 숙원이었던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과연 밤샘노동 폐지의 시대는 열릴 것인가. <매일노동뉴스>가 교대제 개편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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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제 개편 위해 교섭·투쟁 병행하겠다"

문용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문용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새 집행부가 출범하고 아직 교대제 개편과 관련해 회사측과 실무협의도 진행한 바 없다. 이번주 안으로 근무형태변경추진위원회 노조쪽 위원을 새로 구성하는데, 위원 구성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교대제 개편이나 노동시간 단축이 회사 일방의 결정으로 관철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조합원들의 생계 문제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생산물량이 폭주한 상황에서,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도 찾아야 한다. 결국 노사가 세밀한 협의를 통해 절충점을 찾아야 할 문제다.

9일 근무형태 변경에 대한 노사 설명회가 열린다. 수년간 진행된 노사협상을 되돌아보고, 향후 계획을 수립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를 토대로 내년 1~2월에 교대제 변경의 밑그림을 그리고, 3~4월 협상시즌이 돌아오면 매듭을 지을 계획이다.

노동시간 문제는 현대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다양한 연대투쟁을 구상 중이다. 오는 14일께 금속노조 주최로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현대차·기아차·한국지엠지부 지부장이 기자회견에 참석한다. 금속노조와 완성차 지부 실무진으로 구성된 공동투쟁위원회도 조만간 가동된다.

현대차그룹을 대상으로 한 투쟁을 구상하고 있다. 교대제 개편은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이 맞물려야 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대기업들에게 요구되는 기능이기도 하다.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대기업은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


“야간노동은 나와 가족의 생활 다 망쳐”

홍완규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지회장

홍완규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지회장

1주일 단위로 주야 맞교대 근무를 하면 생체리듬이 파괴된다. 근무를 시작하고 2~3일간은 적응하기 힘들다. 적응할 만하면 근무시간이 다시 바뀐다. 피로누적을 감당하기 힘들다. 특히 야간근무를 끝내고 집에 가면 낮에 아무리 잠을 자도 멍하고 몸이 망가지는 게 느껴진다. 불면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심하고 불안 증상이 나타난다. 짜증이 늘다 보니 가족에게도 전염된다. 내 근무시간에 따라 가족들의 생활리듬이 바뀐다. 야간노동은 생명을 단축할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활도 망친다.

심혈관계 질환·성인병·암·우울증 등 야간노동으로 인한 질병이 비일비재하다. 예전만 하더라도 개인적 질병으로 치부했지만 근래에 야간노동과 질병의 연결고리가 밝혀지고 있다. 최근에 영동지회 조합원들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진을 본 의사가 지금까지 많은 사업장을 다녀 봤지만 직원들의 몸 상태가 이렇게 망가진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영동지회는 95% 이상이 주야 맞교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야간노동은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사람이든 동물이든 낮에 활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밤에 근무한다는 그 자체가 비인간적이다.


"보편적 복지 기반 위에서 노동시간 단축 문제 풀어야"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
연구소 소장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 문제는 기업이 단독으로 해결하기 힘들다. 노동시간이 긴 것은 잔업과 특근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생산물량이 많을 때, 기회가 있을 때, 돈을 벌기 위해 밤새도록 일한다. 정규 노동시간만 일해서는 높은 사교육비 부담을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잔업과 특근 없이는 자식들을 가르치고 결혼시키기가 어려운 사회적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정부는 ‘노사의 임금담합 구조가 문제’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비난해서 고쳐질 일은 아니다. 왜 그런지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봐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장시간 노동 문제를 일개 기업에 강요한다거나 기대어서 해결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정부가 복지 문제를 먼저 손봐야 한다. 보편적 복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잔업과 특근에 매달리는 것을 그만두기 힘들기 때문이다.

내년에 두 차례 선거를 앞두고 유리한 정치적 토양이 만들어졌다. 노동계가 복지논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노동시간 단축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주간연속 2교대 실시 전에 노사 실천이 앞서야"

이상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

이상호

한국비정규
노동센터 정책위원

교대제 개편 문제를 주간연속 2교대제 실행에만 초점을 맞춰 접근하면 한계가 있다. 일상적인 잔업을 전제로 하는 현행 주야 맞교대제도 문제가 있지만 주간연속 2교대제 역시 문제가 있다. 노동계와 사용자·고용노동부가 전향적인 실노동시간 단축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용자는 투자와 신규채용을 충분히 실행해야 한다. 투자와 인력이 적절히 결합된다면 노동강도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

반면에 장시간 노동을 유발한 사용자에게 사실상 동조해 온 노동계는 임금문제에 대해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임금보전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기대도 그 수준에 맞추던가, 아니면 임금보전 요구를 줄여야 하는 것이다. 노사의 이런 노력으로 주당 노동시간을 줄여 나가야 한다.

주간연속 2교대제에 대한 노사합의 공간은 충분히 마련돼 있다. 그런데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는 노사정 모두 미루고 있는 것 아닌가. 한방에 끝내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실노동시간을 계속 줄여 나가야,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실시될 때 나타나는 충격도 줄일 수 있다. 노동부의 강력한 규제가 병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전 산업에 걸친 불필요한 야간노동 줄여야”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
안전보건국장

국제암연구소가 야간노동을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교대근무는 노동자 건강에 치명적이다. 수명을 단축시키고 가정생활을 비롯한 정상적인 사회생활에서도 노동자를 소외시켜 육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렇듯 교대근무는 노동자의 건강은 물론 삶의 질까지 저하시킨다.

교대제 개편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제조업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안타깝다. 야간노동은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과 운수업 등 전 산업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많은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특히 야간노동에 집중적으로 노출되는 경비직과 화물·운수업 노동자들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피해가 더 심각하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불필요한 야간노동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야간노동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규제장치를 마련해 불필요한 야간노동을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아직 가이드라인 정도에 머물러 있다.

장시간 노동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정부는 전 산업에 걸친 불필요한 야간노동을 줄여 노동시간 단축을 이끌어 낸다는 큰 원칙하에 이번 논의를 풀어 나가야 한다. 덧붙여 이를 위해 논의 과정에 현장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계가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주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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