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8일 정부와 한나라당이 당정협의를 갖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9만7천명의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고용개선이라고 칭할 정도의 대책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다. 당정은 2년 이상 상시·지속적 업무를 한 기간제를 일정 기준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비정규직법에서 정한 내용이다. 특히나 파견·용역 같은 간접고용이 2006년 보다 3만5천명이나 급증했는데도 여기에 대한 대책은 빠졌다는 지적도 일었다. ‘단순업무 외주시 근로자 보호지침’을 만든다는 간접고용 대책이 제시되기는 했으나 심각해진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고용개선 대책 당사자인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생색내기 전시용 정책일 뿐이다”

이찬배 민주노총 여성연맹 위원장
 

이찬배

민주노총 여성연맹위원장

언론 보도를 보고 조합원들이 대다수가 정규직 전환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더라. 뚜껑을 열어보니 청소용역 노동자에게는 해당 사항이 전혀 없었다. 자료를 찾아 꼼꼼히 살피니 청소용역직에 대해 나와 있긴 하더라. 근로조건 개선 및 보호 조항이 있는데 이 내용은 이미 참여정부 때부터 있었던 내용이다.

청소용역에 대해서는 고용승계 보장이나 직접고용 대책이 전혀 없다. 고용승계를 지도한다고 돼 있지만 있으나마나 한 내용이다. 강제성이 없으니 실제로 보장되는 것도 없다. 사회적기업에 위탁을 확대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예산지원을 우대하겠다는 방침은 민간위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간접고용을 늘리는 방침이다.

이번 대책은 청소용역을 고착화하고 확대하는 방안으로 보인다. 고용에 대한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 생색내기 전시용 정책일 뿐이다.

무기계약직 자체도 비정규직인데 청소용역 노동자는 여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고용승계 보장을 법제화하는 하는 것이 청소용역 노동자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실질적인 내용도 없고 허탈감만 주는 대책은 발표하지 않는 것이 낫다.


“1년 근무하나 20년 근무하나 월급은 똑같다”

박금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
 

박금자

전국학교비정규직
노조위원장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나온 후 학교 현장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언론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하니 학교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중에 몇 명이 공무원이 되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2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이미 무기계약직이 돼 있다. 그런데 무기계약직이 되면 뭐하나. 학교 현장에서는 근무경력이나 나이를 기준으로 무기계약직도 해고하고 있다. 계약서를 쓸 때도 학교 사정이 있을 때는 감원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매년 쓰던 계약서를 안 쓰는 것뿐이지 결국 무기계약직이나 비정규직이나 똑같다. 여전히 고용도 불안하고 급여가 오르는 것도 아니고 처우가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전국적으로 학교비정규직은 15만명, 직군은 80여개나 된다고 한다. 정부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이름만 바꿔서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다.

근본대책은 하나다. 더 이상 비정규직 양산을 멈춰야 한다. 1년, 2년 일회용처럼 쓰고 이름을 바꿔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 버리는 행태를 없애야 한다. 1년 근무하고 잘릴 건데 누가 자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겠나. 80여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여성 가장들이 많다. 퇴근하고 아르바이트하고 주말에도 아르바이트한다. 호봉제가 없어 1년 일하나 20년 일하나 연봉은 똑같다. 오죽하면 노조를 만들었겠나. 내 자식들 후배들에게는 이런 악순환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5년 전 발표한 대책 반복, 실효성 담보도 없어”

김인수 전국민주연합노조 정책국장

김인수

전국민주연합노조
정책국장

정부·여당이 발표한 청소용역 노동자에 대한 노동조건 개선은 실효성이 없고, 고용안정 대책은 오히려 개악이다. 정부·여당이 내세운 노동조건 개선 대책은 ‘용역계약 예정가격산정 시 적용한 노임단가에 낙찰률을 곱한 수준 이상으로 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침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12월 행정안전부가 마련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는 대책에 불과하다.

청소노동자들은 많은 임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이 지침을 지키라고 매년 쟁의행위를 되풀이하고 있다. 같은 내용을 반복하기보다는 이를 지키지 않는 지자체에 불이익을 주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특히 청소업무를 사회적 기업에 위탁하는 지자체에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민간위탁을 부추겨 고용안정을 헤치는 방안이다. 늑대에게 양의 탈을 씌우듯, 청소 민간위탁이라는 나쁜 방법을 사회적 기업이라는 좋은 이미지로 가리는 행위에 불과하다.

2007년 제주도 서귀포시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를 민간위탁에서 시설관리공단이 직영 운영하도록 바꿨는데, 4억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거두고 청소 효율성도 개선돼 시민의 만족도도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직영은 용역업체가 쓰는 관리 비용을 줄이고 노동자 역시 고용안정을 보장받는다면 측면에서 모두에게 이익이다. 정부·여당의 발표는 고용안정 대책이라 할 수 없다.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 철회하고 병원인력법 만들어야”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정부 발표에 대한 현장의 체감온도는 낮다. 진정한 정규직화 대책도 아니지만, 정부 정책에 대해 실현 가능성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없기 때문이다. 정규직화 시키는 업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정부의 지침이 강제 사항이 아니어서 사측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많다.

현재 조합원 가운데에는 약 23%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추산되는데,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증가 추세가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추월해 걱정이다. 외주 등 다양한 형식으로 악용당하고 있는 간접고용 병원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또 병원사업장의 경우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으로 인해 갑자기 직제가 없어져 하루아침에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등 언제 외주화가 될지 몰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선진화 정책 철회 없는 이번 대책은 전혀 실효성이 없다. 노동부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각 산업 현장 내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심층적으로 정확히 실시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병원업무는 특성상 업무의 연속성과 지속성이 생명이다. 이런 현장에 비정규직이 확산되면 환자들에게 어떤 피해가 생기는지 정부는 그 실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또 정부는 선진국처럼 인력법을 제정해 환자 한 명당 얼마의 적정 인원과 정규직이 필요한지 병원인력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부터 만들어야 한다.


“무기계약직은 평생 같은 직군으로 살라는 것”

정회권 한국도로공사현장직원노조 위원장

정회권

한국도로공사현장
직원노조위원장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보고 이해 안 되는 두 가지 측면이 있었다. 기간제법은 이미 2007년에 시행된 법안이다. 이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그동안 법을 어긴 것이라고 자인하는 것 아닌가. 둘째는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자가 10만여명이라는데 예산이 1천억원이라는 점이다. 1인당 100만원이다. 복지와 상여금 차별까지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과연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 의문이다.

도로공사현장직원노조는 도로공사에 근무하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다. 직장을 다니는 가장 큰 즐거움은 승진이다. 그런데 무기계약직에게는 승진제도가 없다. 고용은 보장해주지만 평생 같은 직군으로 살라는 것이다. 호봉제도 도입도 안 돼 있다.

무기계약직이 처음 양산된 것이 2007년이다. 4년 지나도록 정부정책에 의해 처우가 나아진 것이 없다. 기성노조가 나서서 처우를 고민해주지 않는 한 무기계약직 당사자들이 노조를 결성해서 임단협을 체결해 나가면서 권익을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무기계약직 당사자들에게 노조 결성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다. 무기계약직은 기성노조 조합원보다 인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표노조가 될 수 없다. 결국 창구단일화 때문에 교섭권을 쥘 수 없고 노조가 무력화되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서는 노조법을 개정해야 하고 기성노조가 무기계약직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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