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2012년 예산안 논의가 한창이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신규사업 가운데 단연 ‘영세사업장 저임금 근로자의 사회보험료 지원’ 예산이 쟁점이다. 최근 비정규직 대책으로 발표된 사회보험 유인책이 예산안에 포함된 것이다. 지원대상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서 최저임금의 120% 이하를 받는 노동자로 한정됐다. 정부는 노동자와 사업주 부담분의 3분의 1을 지원한다. 9월까지 2개 지역에서 준비사업을 한 뒤 10월 이후 확대한다는 계획으로 내년 예산은 670억원이 배정됐다. 그러나 지원대상이 근로기준법도 적용되지 않는 5인 이하 사업장에 국한돼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마련한 사회보험료 지원책이 사각지대에 놓인 저임금 노동자를 사회안전망으로 끌어올 수 있을까.


“사회보험료 지원 첫 시행 의미 커”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
 

국가가 저소득층에 사회보험료를 직접 지원하는 것은 건국 이래 처음이다. 이 정책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진통을 거듭하며 논의한 끝에 당정협의를 통해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일환이다. 당초 당정 논의과정에서 한나라당은 10인 이하 사업장까지 사회보험료를 지원하자고 요구했다. 정부에서 재정문제로 난색을 보여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축소돼 아쉬운 측면이 있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과 저소득 근로자들을 지원하고,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 예산범위라는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 더 많은 노동자와 사업장에 사회보험료 지원 혜택이 돌아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사회보험 지원 제도가 내년부터 처음 시행된다는 것이다. 일단 사회보험료 지원이 이뤄지면 지원 대상과 규모는 앞으로 점차 늘려갈 수 있을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앞으로 해야 할 몫이다.


“사회안전망 유인 효과 미흡”
이미경 의원

이미경

민주당 의원
 

사회보험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정부 안에는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원액과 지원대상이 너무 좁아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안전망으로 유인하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100만원을 내는 임금노동자가 사회보험에 가입하면 월 18만원의 사회보험료가 들어간다. 현재 정부는 3만원을 지원하면서 들어오라고 한다. 누가 들어올 수 있겠나. 게다가 정부는 건강보험의 경우 사각지대가 없고, 산재보험의 경우 가입률이 높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뺐다.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을 가입하는 순간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건강보험·산재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 등 5대 사회보험이 세트로 가야 한다.

지원방식도 문제다. 정부는 사회보험 미가입자들이 신청해야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사각지대가 넓고 그 규모조차 드러나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러한 신청방식을 택하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외국에서 신청방식이 아니라 자동적용 방식을 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동적용하지 않고 신청만 받아서는 신청하는 사람이 적을 게 뻔하고, 그러면 제도 자체가 폐기될 가능성이 많다. 일회성 생색내기 정책이 될까 우려스럽다.


“5인 미만 사업장, 전체 규모 파악부터 시작해야”
손정순 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연구원

손정순

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연구원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 사회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노동계에서도 예전부터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해 사회보험료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문제는 정부 지원이 현장에 어느 정도 다가갈 수 있느냐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국세청이나 고용노동부 등을 통해 정부가 파악한 사업장 외에도 상당수가 비공식적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서울 구로공단 실태조사를 진행했는데, 이러한 형태의 영세사업장이 많았다. 또 사장과 관리자 등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신고하고는 실제로는 인력중계업체를 통해 10~20명씩 불법파견 인력을 받아 공장을 돌리는 곳도 있었다. 이러한 비공식이나 불법적인 부분까지 포함해 전체적인 5인 사업장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정부 정책은 생색내기에 그치거나 지원금이 헛되게 쓰일 가능성이 있다.

얼마를 지원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실효성을 낼 것인가도 무척 중요한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사회보험료 지원액도 점차 늘려가야 한다.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 실질대책 동반돼야”
이상원 한국비정규노동자연대회의 의장
 

이상원

한국비정규노동자연대회의 의장
 

정부와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대책을 논의했던 초기에는 4대 보험을 전부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하지만 실제 대책에는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이 빠졌다. 사회보험료 지원이라고 하면서 두 개 보험에 대한 지원 대책이 빠진 것이다.

그나마 나온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지원방안도 사용자들의 가입을 유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근로장려세제(EITC) 적용을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저소득 노동자들은 보험료 납부도 부담스러워서 사회보험 가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근로장려세제를 통해 저소득 노동자들은 근로장려금을 지급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소득지원도 되고 일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게 된다. 이는 보험가입 유인 효과로도 이어지게 될 것이다.

최근 발표된 사회보험료 지원 대책에 이런 실질적인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근본 대책 없는 복지처방”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우선 지난 9·9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기본적인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문제해결의 방향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한계가 명확한 속빈 강정이었음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해결의 핵심 해법인 사용사유 제한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청 사용자성·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 인정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관련 대책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근본 대책 없이 복지 처방을 앞세워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는 건 불가능하다. 저임금근로자 사회보험료 지원대책은 그 자체로도 규모가 지나치게 작은 5인 미만 영세기업으로 제한됐을 뿐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들의 보험료 납부에 대한 부담도 고려하지 않아 문제가 크다.

이 대책으로 보험료 부담으로 가입을 꺼려 왔던 저임금노동자들과 사용자들에게 사회보험 가입 유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까운 사례로 특수고용 노동자 4개 직군에 대한 산재보험 가입이 실패한 것을 들 수 있다. 여기에 사용자의 고의적인 책임회피로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광범위한 저임금노동자들 중 다수가 지원 대상에서 배제돼 비정규 문제 개선의 해법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보험료 지원이 정책수단으로서 실효성을 가지려면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 마련과 함께 그 수혜 대상을 대폭 넓히고 보험 부담금 지원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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