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미국 상·하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이 통과됐다. 한국 국회에서도 비준안 처리 여부를 두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 여야의 입장차가 크지만 미국이 한미FTA 법안을 처리된 만큼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다수다. 한미FTA 통과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각 분야별로 예상되는 후폭풍들을 들어본다.


“금융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 금융위기 가능성 높여”

이한진 진보금융네트워크 연구실장

 

이한진

진보네트워크
연구실장

우리나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이전부터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면서 미국식 금융체제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당시 FTA 협상과정에서 금융서비스 분야가 쟁점으로 떠오르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나 한미 FTA가 발효된다면 금융시장의 개방과 경쟁, 자본의 수익극대화 추구 행위는 더 가속화할 것이기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원의 공정한 배분이라는 금융공공성 강화는 요원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FTA 본협정이 아닌 부속서한을 통해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국내 자본시장과 방카슈랑스 등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미국에 전했다. 정부는 부속서한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후 개정하면서 점차 금융시장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미국측의 요구를 한국 정부가 자발적으로 수용하고 추진하는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 FTA는 미국이 우리나라에는 없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어 팔 수 있도록 하는 신금융서비스 조항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일으켰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와 같은 파생상품들이 만들어질 경우 금융위기 유발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세계 경제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미국식 금융체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한미FTA는 이러한 이유에서 반드시 재개정되거나 폐기돼야 한다.


“한미FTA, 국내 자동차 노동자 고용문제와 직결”

강지현 금속노조 선전홍보실장

 

강지현

금속노조
선전홍보실장

본협상과 추가협상을 거친 한미FTA 이행법안이 최종 비준되면 국내 자동차 시장의 문이 사실상 활짝 열린다. 한미FTA 이행법안은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승용차에 붙는 관세를 절반으로 바로 떨어뜨리고, 5년 뒤 모두 없애도록 했다.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의 환경·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수입이 가능하도록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과거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제작사별 6천500대에 해당하는 물량에 대해서만 국내 안전기준 적용을 면제했지만, 한미FTA가 이행되면 2만5천대로 4배나 늘어난다. 미국 자동차 메이저 3사만 적용해도 7만5천대다. 여기에 혼다·도요타 등 미국 현지공장에서 생산되는 일본 자동차까지 넣으면 끝없이 늘어난다.

반면 대미 수출 장벽은 한층 높아진다. 국내산 수출주력차종인 배기량 3천CC 이하 승용차에 붙는 관세가 4년간 더 연장된다. 뿐만 아니라 스냅백(snap back)과 세이프가드 제도도 도입된다. 스냅백제도는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수출이 기대한 것처럼 되지 않으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복구시킬 수 있는 제도다. 그렇게 관세를 '낚아채서 되돌려도(snap back)' 한국은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세이프가드 제도는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 증가로 미국 자동차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거나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경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상을 전제로 단기간 적용하는 조치다. 미국에만 유리한 노골적인 보호무역 장치다.

결국 한미FTA가 이행되면 국내 사용자들은 수출 대비 미국 현지공장 생산품 판매비율을 급격히 늘릴 수밖에 없다. 결국 한미FTA 발효는 무역수지 손익계산의 차원을 넘어 국내 자동차공장 노동자들과 부품사 노동자들의 고용과 직결돼 있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한미FTA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공공정책 확대하는 데 걸림돌 될 것"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한미FTA가 비준되면 외국자본이 개입돼 있는 공공서비스가 침해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보험 영역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늘리자는 운동을 하고 있는데 한미FTA가 비준될 경우 정부가 제소될 수 있다. 외국자본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외국 자본이 상대 국가의 공공정책에 의해 이익을 침해당할 경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정부에서는 아예 보장성을 확대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정부가 환경규제 정책을 시행하려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환경규제때문에 외국자본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공공정책을 펴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워낙 공공정책이 취약해 확대해야 하는데 한미FTA가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민영화를 한 기업을 재공공화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진보정권이 들어선다해도 다시 공공화하는 작업이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 사회공공성 운동을 확장하는 데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18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막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약값 올라가고 국내제약사는 구조조정 대상 될 것"

우석균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우석균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한미FTA는 한국의 의약품 특허제도와 건강보험제도를 크게 변화시키는 협정이다. 우선 특허와 관련하여 의약품의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시행된다. 지금까지는 식약청이 약의 효과와 안전성만 증명되면 시판허가를 내주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특허를 가지고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가 허락을 해야만 시판허가를 내준다. 당연히 특허가 없는 국내제약회사들의 복제약품 발매가 늦어지고 이 시간만큼 국민들은 비싼 의약품을 사먹어야 한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약값을 정해도 제약회사가 이의를 제기하면 그 가격을 다시 결정해야 한다. 약값이 비싸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의료제도도 타격을 받게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국가와는 달리 한국만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 그러나 보험상품은 금융상품이어서 앞으로 새로운 규제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에 대한 규제나 허가취소는 한미FTA의 저촉을 받아 어렵게 된다. 심지어 한국정부가 국민건강보험이 암이나 중대상병에 대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이미 시판되고 있는 암보험이나 중대상병보험에 대한 투자자의 권리 침해로 투자자 정부 소송을 당해 국제중재재판에 회부될 수도 있다. 결국 약값은 올라가고 국내제약회사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의료비는 올라가고 민영의료보험 규제는 힘들게 될 것이다. 고물가시대에 약값과 의료비 상승을 초래하는 한미FTA는 1%만을 위한 협정이다.


"농산물 가격폭락 농민 피해, 먹거리도 미국에 예속"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한미FTA 비준시 농업분야는 타격이 엄청나다. 농업분야는 관세가 가장 큰 문제다. 농산물 1천531개 품목 중 38%인 567개 품목에 대해선 즉시 관세가 철폐된다.

알다시피 농업문제는 수입개방이 가장 큰 문제 아닌가. 세계무역기구(WTO) 이전엔 농산물이 큰 불안 요소가 아니었으나 시장 개방 뒤 저가 농산물이 수입이 우려됐다.

그 때 정부는 우리나라는 관세가 높아서 바로 수입 농산물과 국내 농산물이 가격경쟁을 하게 되지 않는다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현재 농민은 350만명에 그치고 쌀값은 10년 전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대 농산물 생산국가인 미국에 대해 관세를 다 없애주면 국내 농산물은 도저히 가격 경쟁을 할 수가 없다. 우리 농민은 땅값도 비싼 마당에 농산물 가격폭락으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가 없게 된다.

더구나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 먹거리가 외국에 예속되는 것 아닌가. 국민 생명줄인 먹거리가 남의 나라에 의해 좌지우지 돼서야 되겠나. 농업분야 피해는 어떤 대책으로도 보완이 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말하는 농업분야 대책이란 것도 기존 농업대책에 FTA 딱지만 갖다 붙인 것에 다름아니다.

우리 농민과 농업을 살리기 위해선 무조건 한미FTA를 막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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