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등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지하주차장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숨진 청소노동자에 대해 업무상재해로 인정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0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폐암으로 숨진 청소노동자 정아무개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정씨는 지난 2002년부터 지하주차장에서 청소일을 하던 중 2009년 폐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그는 건강상 문제가 없었고, 흡연력이나 폐암의 가족력도 없었다. 정씨는 공단에 요양승인을 신청했지만 불승인됐다. 연이어 제기한 심사청구와 재심사청구도 모두 기각됐다.

그러던 중 정씨는 재심사청구 심사기간인 지난해 8월 폐암으로 숨졌다. 이 과정에서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휴게실 작업환경을 측정한 결과 폐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인 디젤(자동차 매연)과 라돈이 대기의 평균 수치보다 높게 검출됐으나, 미국정부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가 권고한 위험기준을 넘지는 않았다.

라돈은 무색무취의 방사성 가스다. 어디에나 있지만 지하 등 환기가 안 되는 밀폐된 공간에서 농도가 증가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라돈을 흡연 다음으로 폐암에 영향을 미치는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공단은 “노출수준이 권고수준을 넘지 않고 폐암 잠복기가 10년인 점 등을 감안하면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유족은 법원에 소송을 냈고,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유해물질 노출량이 일반 기준보다 낮더라도 다른 위험요소가 없을 경우 유발·악화요인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디젤과 라돈 수치가 유해물질 노출기준에는 미달하나 장기간 노출될 경우 건강상 장애를 초래할 수 있고 개인마다 업무환경 등이 상이해 잠복기를 10년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며 "비록 폐암에 이르게 된 의학적 경로가 밝혀지지 않고 폐암이 다른 원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작업 중 노출된 유해물질에 의해 유발되거나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된 것으로 추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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