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달라도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았다.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하나같이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었고, 모성보호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을 겪고, 차별을 받았다. 아시아지역 노조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내린 결론이다.

일본국제노동재단(JILAF)이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 일본교육회관에서 연 ‘성장전략으로써의 젠더평등 : 아시아 국가들의 현황과 노동조합의 역할’ 국제심포지엄에서 나온 얘기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일본노총(JTUC-RENGO)·홍콩노조연맹(HKCTU)·한국노총(FKTU)·말레이시아노조회의(MTUC)·몽골노조연맹(CMTU)·싱가포르전국노조회의(NTUC)에서 성 평등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노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해당 국가의 여성노동 정책과 문제점을 소개하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조의 경험과 개선활동도 공유했다.

◇“일본 기업, 여성을 ‘이용’”=일본측 대표로 참석한 고바야시 노리코 야마토운송노조 부서기장은 일본 여성노동자들이 출산 때문에 경력단절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바야시 부서기장은 일본 기업들이 여성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일본 기업들이 여성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활용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 쓴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성의 고용을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육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남성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운동을 전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육아 지원책으로 그는 야마토운송에서 실시하고 있는 ‘육아 및 간병 단시간 근무제’를 소개했다.

고바야시 부서기장에 따르면 육아 단시간 근무는 출산 이후에도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자녀가 있는 노동자가 단시간 근로를 선택하게 할 수 있는 제도다. 고용을 보장하면서 하루 근무시간을 4시간·5시간·6시간 중에서 선택하는 것으로, 출산 이후 자녀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단시간 근로를 할 수 있다. 단시간 근로제는 고령근무자에게도 열려 있다. 50세에서 64세까지의 노동자도 각 가정에서 노인 간병과 일의 병행이 가능하도록 4시간에서 6시간의 간병 단시간 근무제를 선택할 수 있다.

◇홍콩 여성, 비공식부문 일자리 편중=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도 아시아 국가들의 여성 차별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홍콩측 대표로 심포지엄에 참석한 푸이 만 에운 조직담당 서기는 “홍콩의 여성노동자들이 비공식부문 일자리에 편중돼 있다”고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남성 노동자 대부분이 2만달러(약 314만원·1홍콩달러=151원) 이상의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반면 월수입 5천달러(75만5천원) 미만 노동자 중 75%가 여성이다.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의 직업은 청소·가사도우미·레스토랑 종업원 등이다. 푸이 만 에운 서기는 “홍콩노조연맹을 90년에 결성된 이래로 비공식부문의 여성노동자 조직화와 여성 조합원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여성위원회를 설치하고 커뮤니케이션과 교육활동·조사연구·차별사례 대응·조직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여성경제활동 참여기회 적어=이은주 한국노총 여성정책국장은 한국정부에 양질의 일자리 확충과 일·가정 양립을 위해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AA)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이 국장은 한국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낮고, 특히 대졸 여성들이 노동시장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비정규직과 비공식부문 여성노동자들의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고, 여성들이 출산 전후 휴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노총의 여성위원회 활동도 소개했다. 이 국장은 “여성대표성과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할당제를 비롯해 여성고용 모성보호 보육정책에 대한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성 평등에 대한 교육을 확대해 남녀가 같이 차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성의 절반도 못 받는 말레이시아 여성=말레이시아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가 문제였다. 모하마드 로스제리 빈 마지드 말레이시아노조회의 부의장의 발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여성노동자들은 대부분 사무직·서비스·판매 등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때문에 여성의 소득은 남성의 47.2%에 불과하다.

대신 말레이시아의 여성노동자들은 경제활동 참여가 활발하다고 모하마드 부의장은 전했다. 특히 남녀 간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동일 육아휴가의 원칙이 확립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성노동자의 노조 참여율이 낮기 때문에 가입률을 높이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직장 내 수유운동 등 모성보호 캠페인을 전개하고, 정부에 보호정책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60일인 출산휴가를 90일로 연장하는 것과 여성의 정년을 남성과 같은 60세로 연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몽골, 남녀 지위 격차 커=아마르사나 에네빗슈 몽골노조연맹 국제부장은 자국의 노동시장에 대해 "임금수준이 낮아 남녀가 같이 일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는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남성이 주로 국가 관리·방위·제조업·광업부문 관리직에 종사하는 데 반해 여성은 하위직인 실무에 많이 종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말레이시아와는 달리 몽골 여성의 노조 조직률은 높은 편이었다. 몽골노조연맹은 조합원이 45만명에 달하는데, 이 중 여성조합원의 비율이 59%나 된다. 하지만 아마르사나 부장은 “노조간부 중 여성의 비중은 매우 낮다”며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고용차별 철폐를 위해 사회적 파트너와 함께 모성보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고용 역할하는 싱가포르노조=싱가포르의 여성고용률은 56.5%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중위권이다. 올해 8월 현재 48.7%인 한국의 여성고용률을 훨씬 웃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리 석부에 싱가포르전국노조회의 여성위원회 위원은 노조의 역할을 강조했다. 리 위원에 따르면 싱가포르전국노조회의는 여성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연 2회 여성을 위한 취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주 1회 채용활동을 벌이고 있다. 여성의 재취업을 위해 적성·기술·기능 훈련, 자기인식과 자신감 상승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이 밖에 콜 센터 연수, 접객부문이나 헬스케어 부문의 기술연수, 전문가 및 관리자 간부를 대상으로 한 퍼스널 리더십 강화훈련, 이력서 작성과 면접훈련도 주요 프로그램이다. 성과도 구체적이다. 리 위원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천959명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1천857명의 여성노동자가 취업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노조가 정부의 교육훈련청과 연계해 유연근로(Flexi-Works)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이 플렉스타임협정을 이용해 비경제활동인구를 채용했을 때 재정지원을 하는 제도다. 싱가포르전국노조회의는 유연근로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천444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리 석부에 위원은 “싱가포르도 한국이나 일본처럼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여성들이 결혼이나 가족에 대한 돌봄노동 때문에 직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이 취업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 노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미진 일본 통신원(sabgilzz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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