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농성장 울 밑엔 봉숭아가 지천이다. 빨간 꽃잎 똑똑 따다 절구질을 콩닥콩닥. 아차차 푸른 잎도 잊지 않고 얼버무려 조물조물. 백반이 필수라는데 소금도 괜찮다니 솔솔 뿌려 준비 완료. 비닐 조각, 실 토막 부족할까 넉넉히 챙겨 두고 언니 동생 둘러앉아 이 손 저 손 쪼물딱 쪼물딱. 벗겨질까 조심조심, 세 시간여 기다림이 마냥 길었다. 봉숭아 물 들였다.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 같은 그대, 집단해고 억울해 거리 나선 간병사라 부른다. 최저임금 요구하니 업체는 폐업했다. 고용승계 노력 약속은 모르는 일 발뺌이다. 권한 밖 일이라며 시청도 병원도 묵묵부답. 비정규직 오랜 설움이 툭 터져 버렸다. 국정감사 한다기에 노동청을 찾았다. 선전물을 오래 들었고 목이 쉬어라 구호를 외쳤다. 서성이다 잠시 뒷짐을 지었다. 손가락을 이리 잡고 저리 부볐다. 봉숭아 물 빠지기 전에 첫눈은 오려나. 좋은 소식 그때에는 들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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