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단속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감액적용이 올해로 끝난다. 감시·단속 노동자들은 87년 제정된 최저임금법 적용대상에서 빠졌다가 2006년 시행령 개정으로 2007년 70%, 2008년부터 80% 감액적용을 받았다. 유예기간이 끝나가자 일각에서 유예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른바 ‘갑’인 전국아파트입주민대표자연합회는 “최저임금을 100% 적용하면 인건비 부담 때문에 경비원을 해고시킬 수밖에 없다”고 협박하고, 힘없는 ‘을’인 한국경비협회도 “다 받으면야 좋지만 잘리는 것보다는 덜 받는 게 낫다”며 동조한다. 고용노동부도 단계적 시행안을 만지작거린다.<본지 9월26일자 1면 참조> 또 다른 쪽에서는 5년간 유예해 놓고 다시 유예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한다. 감시단속 노동자의 최저임금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최저임금 적용유예? 복수노조 꼴 만들 텐가”

이은미

참여연대 선임간사

최저임금 감액 적용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유예 얘기가 나오는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복수노조 허용 문제가 그랬듯이 몇 십년씩 유예될 수 있다.

처음 최저임금 적용대상이 됐을 때 일부 해고사태가 발생했듯 적용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유예한다고 내년에 올해 같은 상황이 안 벌어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법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고 문제에 대한 해법이 유예가 될 수는 없다.

법은 애초 약속한 대로 시행하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고용노동부가 할 일이다. 법을 적용한다고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것은 탈법행위인 만큼 노동부는 감독을 강화해 이러한 탈법행위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해야지, 해고를 이유로 조항을 유예하는 것은 맞지 않다. 비용증가로 인한 해고를 줄이기 위해 고용보험법에 따라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하면 좋겠다.

“감액적용 연장 현실적으로 필요”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
(국회 환경
노동위원회 위원)

아파트 경비원이나 시설관리직 등 감시단속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감액적용이 연장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감시단속 노동자에 대해 갑작스레 최저임금이 전면적용될 경우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질까 우려한다. 실제 전국아파트입주민대표자연합회는 최저임금을 전면적용 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30% 가량 늘어난다면서 인력을 줄이고 CCTV로 대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감시단속 노동자에 대한 인력감축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게 예상될 수밖에 없다. 해당 감시단속 노동자 역시 갑작스런 최저임금 전면적용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안다. 아파트 경비원 대부분은 60~70대 연령층인데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임금인상보다 안정적 일자리 보장이 우선일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들의 일자리를 보장해 주면서 처우를 조금씩 개선해 주는 방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현재의 최저임금 감액적용이 계속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전면적용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중 삼중의 차별 굴레, 이제는 끝내야”

김은기

민주노총 정책국장
정부가 감시단속 노동자 최저임금 감액적용 시한을 연기하려는 것은 2006년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처사다. 그해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고 올해까지만 감액적용하기로 했는데, 전면적용 시행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시한 연장을 검토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또 감액적용 연장을 위해선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데, 정부는 그동안 감시단속 노동자나 노동계의 의견을 한 번도 수렴하지 않았다. 감시단속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63조)에서도 연장근로·휴일근로수당 등의 규정을 적용받지 못해 차별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 전면적용을 미룬다는 것은 또 다른 이중 삼중의 차별 굴레를 덧씌우는 것이다.

감시단속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전면적용까지 지난 5년간 감액적용을 견뎌 왔다. 또 최저임금 20%를 감액적용 했을 때, 일부 사업장에서는 노동자 휴게시간을 늘려 임금을 하락시키는 방법으로 사실상 최저임금 적용을 회피했다.

정부는 더 이상 이러한 차별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 감시단속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고령노동자다. 이들 중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들도 있다. 최저임금 전면적용을 위한 사회적 비용을 감시단속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은 감시단속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최저임금 전면적용을 법대로 시행할 것을 촉구하며 정부가 적면적용 시한을 연기하려 한다면 감시단속 노동자와 연대해 싸워 나갈 것이다.

“대량해고 막으려면 최저임금 감액적용 유지해야”

하상우

한국경총
경제조사팀장
2007년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던 경비원 등 감시단속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이 적용됐던 경험에 비춰 보면 감시단속 근로자 최저임금 감액적용 폐지의 영향을 예상할 수 있다. 경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감시단속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이 결정되자 고령자 위주인 아파트 경비원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했고, 해고된 경비원이 자살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현재 감시단속 근로자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이 20% 감액적용되고 있으나, 감액적용이 폐지되는 내년(2012년)부터는 급격한 인건비 상승이 예상된다. 내년 감액적용이 폐지되면 시간당 최저임금만 해도 32.5%가 인상되며, 간접인건비까지 고려한다면 기업에는 40%에 가까운 비용부담이 지워진다.

따라서 이러한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또다시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 다분하다. 감액률이 10% 인하됐던 2008년 감시단속 근로자 고용은 약 4% 감소했다. 이를 감안했을 때, 약 40%의 인상이 예고된 2012년은 훨씬 큰 규모의 해고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은 재취업이 어려운 고령자다. 단순해고 이상의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감시단속 근로자에 대해 현행 감액률을 유지하거나, 최소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대량해고 협박, 꼼수 쓰는 정부"

허윤정
 
한국노총 정책부장
감시단속 노동자 최저임금 전액적용을 불과 석 달 앞둔 시점에서 노동부가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감시단속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했을 때 전액적용까지 5년의 유예기간을 둔 것은 법 적용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 과정에서 일부 감시단속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휴게시간을 조정당하며 희생을 감수해 온 것이 사실이다. 최저임금 적용의 부작용이 감시단속 노동자의 몫으로 어느 정도 흡수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속된 법 시행을 미루겠다는 것은 감시단속 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만을 계속 강요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법을 강력하게 집행함으로써 불법·편법적 행위를 근절하고, 제도의 안착을 위해 힘써야 할 정부가 오히려 ‘대량해고’라는 협박을 무기 삼아 스스로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배임행위다.

최저임금 전면 적용시기를 1년 더 유예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핑계고, 꼼수다. 1년 유예하면 대량해고가 발생하지 않는단 말인가. 한 번 깬 약속을 두 번 깨지 말란 법이 있는가. 핑계와 예외가 통하는 사회가 공정사회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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