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19일부터 시작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첫날 환경부, 20일에는 고용노동부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이는 것으로 20일간 국감을 진행한다.

올해 노사관계는 내내 요동쳤다. 노동자들은 아우성을 쳤다. 반세기 만에 허용된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지축을 흔들었고, 정리해고로 인한 갈등이 곳곳에서 폭발했다. 일부 공기업에서는 전근대적인 부당노동행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고용노동부가 선진화를 주창하며 주도한 판 흔들기의 사정권에 들어 몸살을 앓았다. 노조탄압·부당해고·정리해고·부당노동행위·비정규직·산업재해 문제 등으로 국감에 채택된 증인만 13명에 달한다. 몇몇 대기업 사주들이 여당의 덕으로 증인석에 서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노동계가 국감에 거는 기대는 크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로 정부의 정책방향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민의의 전당을 향해 노동자들은 어떤 변화를 요구하고 있을까. 
 


“한진중 사태해결 실마리 찾는 국감 돼야”
임동수 민주노총 정책실장

임동수

민주노총
정책실장

민주노총은 야5당과 함께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민변이 초안을 만들고 있는데 개정 법률안의 핵심은 정리해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근기법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를 손볼 계획이다.

정리해고에 대한 민주노총의 원칙적인 입장은 ‘정리해고 철회’이지만, 정리해고가 남발되는 상황에서 규제책 도입이 시급한 것이 현실이다. 도산이나 폐업 수준의 ‘사업을 지속하기가 불가능한 경우’로 정리해고의 사유를 한정해야 한다. 정리해고 절차와 관련해서도 현재는 일정규모 이상을 해고할 경우 고용노동부에 신고만 하면 되는데, 이를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해 정리해고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정리해고 문제가 핵심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 신드롬이나 서울시장 보궐선거 같은 정치적 이슈에 가려 국감 자체가 관심을 끌지 못하고 공전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회는 민의에 봉사한다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산적한 민생현안을 푸는 국감을 만들어야 한다.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의 실마리 역시 이번 국감에서 찾아야 한다. 이미 노조측에서는 해고자 복직시점에 대한 양보안을 내놓은 상태다. 남은 것은 사용자의 결단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나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조그만 사안이라도 소홀히 취급 말아야”
최삼태 한국노총 대변인

최삼태

한국노총
대변인

이번 국감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기존 정치권에 얼마나 식상하고 실망했으면 국민들이 안철수·박원순에 열광할까.

모두가 알다시피 국감 본래의 기능은 행정부의 비효율적인 예산집행이나 정책오류를 찾아내고 국민들 입장에서 그것들을 바로잡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국회의원들이 국감을 이러한 본래의 취지보다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언론의 조명을 받을 만한 '큰 건'에는 너 나 할 것 없이 매달리면서 그렇지 않은 분야는 소관 상임위원회 해당 사안도 소홀히 다루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번에 '전임자 복수노조 관련 문제점'과 '택시부가세 경감제도 개선 요구' 등 25개 의제에 대한 국감 요구자료를 상임위별로 제출했다. 언론에 크게 뜰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소홀하게 취급될지 모르지만 모두 행정부의 정책오류나 관료들의 실적내기 정책으로 많은 문제를 노정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예를 들면 사업이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으로 넘어가 수년째 부실화되고 있는 공공직업훈련 문제, 공기업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전혀 성격도 맞지 않는 한국기술교육대와 통합돼 계속 왜곡되고 있는 노동교육원 문제,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사업주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택시 부가세 경감제도 등은 반드시 이번 국감에서 다뤄져야 한다.


“SCB의 부당노동행위·먹튀행위 밝혀 내야”
김재율 금융노조 SC제일은행지부 위원장

김재율

SC제일은행지부
위원장

올해 국정감사에서 SC제일은행의 문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다뤄지게 된다.

환노위에서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의 부당노동행위를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은행측은 노사의 약속인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쟁의행위 중인 노조원을 인사이동시켰다. 또한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참가한 직원들에게 인사평가를 들먹이면서 승진에서 누락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노사합의와 단체협약 위반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각종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국회에서도 이를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정무위에서는 SCB의 불법적이고 투기적인 경영행태를 밝혀 내야 할 것이다. SCB가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해 생긴 수익 3천억원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불분명하다. 이제는 전산부문까지 매각하려고 한다. 영국 SCB 본사와 한국 SC제일은행 간 계정인 MR계정을 통한 국부유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상식 밖의 고액배당도 ‘먹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심지어 SC제일은행이라는 명칭에서 ‘제일’이라는 이름을 없애려고 한다. 한국적인 문화를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번 국감을 통해 SCB가 한국 땅에서 제대로 된 경영을 하든지, 아니면 아예 한국을 떠나든지 선택하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 현실 정확하게 알아야”
유득규 전국학습지노조 사무처장

유득규

전국학습지노조
사무처장

단체협약 원상회복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전국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의 농성이 15일로 1천365일을 맞았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아 노조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인정되지 않아 여러 가지 노동탄압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측은 특수고용노동자가 가입한 노조는 노조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노동자로 대우해 줄 의무가 없다고 얘기한다. 재능교육도 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본인들이 할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문서상 지위야 어떻든 간에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국회의원들이 정확하게 알고 법 개정을 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근무형태가 계속 유연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근로자’개념은 이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한정하고, 예전 그대로 묶어 뒀다. 지금 발생하는 문제는 이것 때문이다. 그런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 봐야 한다.

다가오는 국감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한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고 노동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돼야 한다.



“특고노동자 산재적용 현실화 논의해야”
박종국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박종국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건설기계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산재를 당해도 어디에 하소연할 곳이 없다. 몸이 다치는 것도 억울한데 건설기계마저 망가져 한 번 산재를 당하면 집안이 거덜난다. 건설기계노동자의 경우 시공사와 철저한 ‘을’의 관계이기에 시공사가 위험한 작업을 시켜도 잘리지 않으려면 일을 해야 한다. 산재사고는 대부분 시공사의 무리한 작업 요구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건설공사에서 건설기계에 대한 의존도가 더 확대될 예정인데 산재사고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노동건강연대 조사에 따르면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산재 위험도는 노동자 평균 산재율의 34배에 달한다. 산재보험이 더 절실하지만 정작 이들의 가입률은 9.98%에 불과하다. 임의가입 형태인 데다 노동자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기계노동자뿐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현실화를 위한 제도개선 논의가 집중적으로 제기돼야 한다. 모든 건설공사에서 시공사가 안전관리비를 공사규모에 따라 일정비율 지급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이 또한 잘 실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몇몇 건설사들에게 문의한 결과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지출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건설사들의 안전관리비 집행실태도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점검했으면 한다. 내년 1월부터 적용될 건설공사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 국민세금 예산절감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최저가낙찰제가 확대되면 페이퍼컴퍼니 난립으로 악성 체불과 안전비 감소 등에 따른 산재가 증가할 것이다.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은 없는지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장이 마련됐으면 한다. 그외 예산 절감과 신기술 도입, 하도급 등으로 인해 은폐되는 전기원 노동자들의 산재문제도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큰 틀에서는 산재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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