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 공인노무사

지난 7월13일 삼성노조가 설립됐다. 한 인터넷 언론은 “삼성에 처음으로 사측과 거리를 둔 자율적인 노조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처음으로 사측과 거리를 둔 자율적인 노조’ 의미심장한 표현이다. 그리고 지난달 21일 르노삼성자동차에도 노조가 설립됐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르노삼성차지회다.
박종규 지회장은 “비밀리에 준비했고, 사측의 방해를 뚫고 성공적으로 설립총회를 열었다”고 전했다. 설립총회장소 주변에는 사측 간부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고, 그들 때문에 총회장소에 들어오지 못한 조합원도 있다고 했다.
노조 지회 설립총회를 하는데 사측 간부들이 왜 그 주변에 늘어서 있었을까. 노조를 설립하는데 왜 비밀리에 준비를 하고 사측의 방해를 뚫어야만 했을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노동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사용자는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르노삼성차에는 사원대표위원회(사대위)라는 임의단체가 있다고 한다. 사대위는 규약도 가지고 있고, 회사와 단체협약도 체결하고, 단체협약에는 ‘유일교섭단체’ 조항까지 있다. 위원장·부위원장 등 임원도 있고, 대의원도 있고, 노조사무실 같은 사대위사무실도 있다.
사대위 임원들은 회사의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회의비 등 운영비는 회사가 전액 원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에 따른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기구인지, 법외노조인지 볼수록 그 성격이 애매하다.

그런데 며칠 전 르노삼성차지회의 한 간부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대위가 노조 탈퇴서를 받는데 어떻게 하죠?” 공정사무실에 노조 탈퇴서를 비치해두고, 사대위 집행부가 조합원들을 한 명씩 공정사무실로 불러 면담하고, 탈퇴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받아가는 탈퇴서에는 ‘사대위 회원 유지를 위해’라는 탈퇴사유도 예시돼 있고, ‘사대위 대의원을 통해 접수하라’는 안내도 담겨있다고 한다.
노조 가입서와 탈퇴서는 개별 노동자가 직접 작성하고 노조에게 제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조가 아닌 제3자가 노조 탈퇴서를 작성하라고 강요하고, 탈퇴서를 받아가는 이상한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사대위는 노조의 출근선전전을 방해하기도 하고, 선전물을 작업장 안으로 갖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회수하기도 했다고 한다. 회사의 사주에 의한 것인지, 사대위의 독자적 행동인지 뚜렷한 물증은 없다.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인지, 사대위의 독자적인 업무방해인지 가려봐야겠지만, 좌우간 심상치 않은 것은 분명하다.

사용자는 노조의 조직·운영에 지배·개입해서는 안 된다. 부당노동행위다. 연속선상에서 복수의 노조가 존재할 경우, 사용자는 중립의무를 부담한다. 사용자의 노조 간 차별도 지배·개입에 해당해 부당노동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노조법상 노조가 아닌 사대위와 노조를 차별하면 어떻게 되는가.
사용자가 ‘임금협상 대상은 여전히 사대위’라고 공공연하게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어떤가. 사대위와 체결한 단체협약 수준으로 노조가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을 때, 사용자가 노조측 요구안의 수용을 거부하면서 협약체결을 거부할 수 있는가. 르노삼성차에서는 지금 수많은 법률적 쟁점이 형성되고 있다.

복수노조시대에 사용자의 태도와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주목해볼만한 사업장이다. 르노삼성차지회가 안정적으로 노조를 운영해나갈 수 있을지, 혹은 얼마나 많은 조합원들이 제3자에 의해 탈퇴서를 제출하게 될지 독자들도 관심가지고 지켜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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