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문제다. 온통 자유가 문제다. 누가 뭐래도 이 나라는 자유가 절대이념이다. 자유에 죽고 자유에 산다. 이 나라에서 자유를 빼면 내세울 게 뭐 있나 싶게 자유가 모든 것이다. 모든 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둘러싼 논쟁의 종결자는 자유다. 이른바 진보진영에서도 자유가 문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일정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의 국민참여당과의 통합논의가 문제가 되고 있다. 통합반대세력은 자유주의정당과는 통합할 수 없다고 야단이다. 진보대통합에 자유주의자의 자리는 없다고 한다. 자유가 문제라고 한다. 한쪽에서는 자유가 모든 것이라고 하고, 다른 쪽에선 자유가 문제라고 한다. 자유가 어쨌다고 자유가 무엇이라고 문제라는 것일까.

1. 자유란 무엇인가.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유다. 국가가 나를 간섭하고 통제하지 않는 것, 내 것 내 맘대로 하는 것을 자유라고 했다. 나의 사고·나의 신체·나의 활동·나의 재산을 국가로부터 간섭·통제받지 않는 것, 이것이 이 세상에서 자유다. 그래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신체의 자유·학문의 자유·언론 출판과 집회 결사 등 표현의 자유·통신의 자유·종교의 자유·직업선택의 자유·거주이전의 자유·재산권 등이 자유목록이다. 이게 뭐가 문제라는 거지. 내 것 내 맘대로 하겠다는데. 당연히 인민을 위한 것 아닌가. 국가권력이 이걸 함부로 제한하고 통제하고 그러면 그게 문제 아닌가. 그러니 그들은 자유의 민주공화국을 위협하는 세력을 민주공화국은 보호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유의 적에게는 자유가 없다고 말한다. 방어적 민주주의와 국가보안법을 말한다. 그럼 자유의 적은 과연 저 자유목록을 부정하는 것일까. 이 세상에서 민주공화국의 자유를 비판했던 자들이 위 자유목록 모두를 부정했다면 나는 그자들을 변호할 수 없다. 그런데 그자들이 위 자유목록 중 어느 한 둘을 부정하거나 제한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는 그자들이 부정하거나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유의 내용을 살펴보고 나는 말해 줘야 한다. 이 나라에서 지금 문제되고 있는 자유란 무엇일까. 이 나라, 즉 대한민국 헌법이 선언한 자유목록 모두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재산권 중 공장 등 생산수단에 있어서의 자유를, 즉 그 사적소유에 관해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 제한의 정도도 다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나라에서는 자유를 내세워, 자유의 적이라며 토론장에서 법으로 권력으로 이러한 주장을 종결시켜 버린다.

2. 자유는 인민이 국가권력과의 오랜 투쟁을 통해 쟁취해 왔다. 자유의 목록과 내용은 계속 새롭게 추가돼 왔다. 지금도 자유를 위한 인민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부르주아지, 즉 시민계급은 재산권을 자유의 주요목록에 포함시켰다. 그래서 민주공화국은 재산권을 헌법에 기본권으로 명시했다. 이것이 근대헌법을 특징짓는 것이다. 수많은 자유목록을 나열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 재산권이 민주공화국의 기본권의 핵이고 다른 기본권은 이 재산권 주위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재산권은 국가권력과의 관계에서 행사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유, 즉 재산권의 행사는 재산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관계를 지배하는 것이었다. 재산권의 행사에 관하여는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가 보장된 것이었으므로 재산권 행사를 통한 노동관계 질서의 형성은 부르주아지(자본가)의 권한이 됐다. 노동조건·작업장 질서·노동산출물의 귀속 등은 재산권의 행사로 부르조아지의 독점권한이 됐다. 이렇게 해서 경제부문은 사적권력에 놓이게 됐다. 국가권력은 예외적으로 최저기준만 법률로 관여할 뿐이다. 여기서 시작됐다. 노동운동은 자본가의 사적권력이 생산수단의 소유에서 비롯됐다고 파악했다. 따라서 생산수단의 사적소유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투쟁했다. 이것은 민주공화국의 재산권 보장에 근거한 것이었다. 즉 재산권을 자유목록으로 보장해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유로 재산권 행사를 보장한 근대시민헌법에 근거한 것이었다. 부르주아지의 자유박탈을 통해, 재산권 중 생산수단에 관한 부분을 자유목록에서 제외함으로써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것이었다. 자유목록에서 제외한 생산수단의 소유는 공적소유로, 나아가 국가의 소유로 전환했다. 그렇게 되면 노동조건·작업장 질서·노동산출물의 귀속 등은 어떻게 정해질까. 결국 국가권력의 관리통제에 의해 정해지게 된다. 이때는 국가권력의 관리통제의 확장이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인민의 자유목록을 축소시키고 그 자유의 강도를 약화시켰다. 그러나 진정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자유목록에서 재산권 중 생산수단 부분을 제외하고자 한다면 그건 부르주아지에서 국가권력으로 소유 내지 관리의 주체를 변경하는 것으로 달성될 수 없다. 해당 생산수단에 관한 노동자들의 권리가 확보돼야 한다. 그것이 노동조건·작업장 질서·노동산출물의 귀속 등을 결정할 권한을 의미한다면 그렇다. 결국 문제는 재산권을 자유목록에서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권의 주체를 변경하는 것이다. 이때는 국가권력의 관리통제의 확장이 발생하지도 그래서 인민의 자유목록의 축소나 자유의 약화가 초래되지 않는다.

3. 자 그러면 자유가 왜 문제가 되는 걸까. 지금 이 나라에서. 이미 자유목록이 대한민국헌법에 명시돼 있고, 그것을 한나라당 등 이른바 보수세력이 지키겠다고 확고하게 버티고 있다. 그런데 어떤 자유를 그 목록에 추가하겠다고 자유주의자는 이 나라에서 투쟁한다는 것일까. 아니다. 지금 파시즘 아래서 헌법의 자유목록이 권력의 억압을 받고 있다면 당연히 자유를 외쳐대며 그 회복을 위해 투쟁해야 할 것이다. 자유주의자가 아니라도 파시즘하에서 인민은 자유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파시즘이 아니라면 자유목록으로는 구별되지 않는다. 다만 대한민국헌법이 보장한 자유목록의 구체적인 집행상의 문제만 차이를 드러낼 뿐이다. 만약 노동운동이 자유주의자와 함께한다면 노동운동은 자유주의자의 구호를 외칠 수밖에 없다. 자유주의자는 이 나라 헌법에서 정한 자유목록을 주장할 뿐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노동운동은 자유목록에서 노동자 권리를 위해 새롭게 정할 것을 내세우고 이를 구호로 외쳐야 한다. 노동운동이 헌법에서 정한 자유목록에 갇힌다면 노동자 권리도 갇히고 만다. 노동운동은 자본주의세상이 시작되고 나서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불법과 범죄였던 것에서 출발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이 세상에서는 아직 노동자에게는 자유목록이 아니었던 것들을 자유로 주장하고 투쟁해 왔다. 자유주의자가 이 세상이 정해 놓은 자유목록에 갇혀 있지만 노동운동은 그 자유목록에 갇혀서는 더 이상 노동자 권리를 위한 나아갈 수 없다. 그 자유목록에 갇히는 순간 노동운동은 자유주의운동이 되고 만다. 자유주의자에게는 국가권력의 자유 억압이 문제고 부르주아지의 자유를 위해 싸운다. 하지만 노동자는 재산권 행사가 문제고 이 부르주아지의 자유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러니 노동운동은 자유주의자의 구호를 따라서 외쳐서는 안 된다.

4. 물론 어느 시기에 선거전술로서 노동운동은 자유·민주·민족 등 다양한 가치를 내세우는 세력과 연합할 수 있다. 그게 진정으로 노동자 권리를 확보를 위한 것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때도 노동운동은 노동운동의 구호를 분명히 내세우고 외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노동운동은 자신의 가치를 잃게 되고 종국에는 노동운동 자체를 잃게 된다.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야권세력이 통합이니 연대니 하며 돌아가고 있다. 노동운동도 이러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어찌 보면 지금 전개되고 있는 노동운동은 이미 진보통합·야권통합을 위한 운동으로 보인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등 각종 노동현안에 대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희망버스를 조직한 주체의 의사와 무관하게 희망버스는 이미 야권연대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시국대회의 대회사는 선거를 앞둔 야권연대의 대회사가 됐다. 노동운동의 사상적·정치적 독자성이 확보되지 않는 조건에서는 총선·대선 등 중요 선거를 앞두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런 일들이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정리해고 철회의 구호, 희망버스의 동승, 대회사로 이뤄지는 야권연대로는 노동운동은 정리해고 제도 폐지 등 노동자 권리확보로 나아갈 수 없다. 그러니 자유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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