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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 정리해고 협상, 먹구름 끼나조남호 회장 '정리해고 고수'에 여야도 '답답'
고용노동부의 중재로 진행되고 있는 한진중공업과 금속노조의 물밑협상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진중공업 청문회’에 참석한 조남호 회장은 “재직 중인 임직원 1천400명에만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라며 정리해고자 94명을 즉각 복직시키라는 노조의 주장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조 회장은 “최대한 3년 안에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회생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정리해고 철회 없다”=이날 청문회에 앞서 지난 12일 열린 한진중과 금속노조의 간담회에서 노조는 정리해고자 94명의 업무복귀를 전제로 ‘전 직원 순환휴직’ 카드를 제시했다. 직원들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정리해고 사태의 실타래를 풀겠다는 의도다. 생산직부문에서 해고자 94명과 비해고자 678명을 합친 전체 인원의 순환휴직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를 하겠다는 제안이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에 나온 조 회장은 경영이 정상화되기 전에 해고자를 복직시킬 계획이 없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조 회장은 지난 10일 본인이 직접 발표한 호소문에서 △3년 내 경영 정상화 후 퇴직자 재고용 노력 △희망퇴직자 400명 자녀에 대해 학자금 전액 지급 △지역주민을 위한 발전기금 조성 △협력업체의 경우 경영성과에 따른 실질적 보상 등을 정리해고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조 회장은 그러나 구체적인 경영 정상화 방안은 단 한 가지도 제시하지 않았다. 회사측이 강조해 온 “영도조선소를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조선소로 육성하겠다”는 선언을 이날도 되풀이했지만,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을 위한 기술개발 계획이나, 수주계획 등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강성천 한나라당 의원이 “퇴직자 복직시점을 1~2년 앞당길 수는 없냐”고 묻자, 조 회장은 “복직 시점을 못 박으라고 하면,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조 회장은 쌍용자동차 등 정리해고 사업자에서 시행된 ‘해고자 복직 및 무급휴직 전환’에 대해서도 고개를 저었다. 무급휴직 방안은 해고자 당사자가 감내해야 될 경제적·사회적 고통이 막대해 노동계로서는 피하고 싶은 방안 가운데 하나다. 회사에 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재취업이 불가능하고, 퇴직금이나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했던 쌍용차 무급휴직자들은 잇단 죽음으로 스스로의 고통을 고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청문회에서는 노사 대타협을 위한 현실적 방안으로 무급휴직안을 거론한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부산경실련이 정리해고자 94명을 복직시킨 뒤 3년간 무급휴직으로 전환하자는 중재안을 내놓았는데, 이를 수용할 의사가 있냐”고 물었다. 조 회장은 “현재로서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장 의원은 노조측 증인으로 출석한 채길용 금속노조 한진중지회 지회장에게도 무급휴직안 수용 여부를 물었다. 채 지회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즉각 복직”이라며 “구체적인 인력운용방안은 복직 뒤 논의하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청문회장엔 기자들이 많았다.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의 표정 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경쟁했다. 관심이 쏠렸다.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한진중 영업이익, 업계 최고=이날 청문회에서는 한진중공업의 재무구조에 대한 평가와 그에 따른 정리해고의 적법성 여부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여야 의원들은 한진중의 영업이익률과 인건비·배당 등 각종 경영지표를 제시하며 “경영상 긴박함을 찾을 수 없는 조작된 정리해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한진중의 2001~2009년 총 당기순이익은 4천200억원, 조선부문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3.7%에 달했다. 국내 동종업체인 현대중공업(11.9%)·대우조선해양(8.8%)·삼성중공업(8.0%)의 영업이익률 보다 높고, 한진중과 유사한 규모의 조선업체인 STX조선의 영업이익률(1.5%)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것이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이 “동종업체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회사가 정리해고를 왜 하냐”고 따져 묻자, 증인으로 나온 이재용 한진중 대표이사는 “실제 이익률은 8.3%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그러자 이 의원은 “회사가 공개한 실적보고서에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13.7%로 나와 있는데, 그렇다면 분식회계를 했다는 뜻이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분식회계는 기업이 자산이나 이익을 실제보다 부풀려 재무제표상의 수치를 고의로 왜곡한 것을 말한다. 주주와 채권자들의 판단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어 법으로 금지돼 있다. 이에 이 사장은 “분식회계는 결코 하지 않았다”며 “다만 조선업종의 불황으로 수주계약이 취소돼 실제 영업이익률은 공시된 것보다 낮다”고 해명했다.

청문회에서는 “노동자들이 고통을 감내하며 회사를 키워 오는 동안 재벌일가는 재산 늘리기에 혈안이 됐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노동자들은 동종업계보다 30%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데, 조 회장은 수백억원대의 부를 늘렸다”며 “조 회장은 직장에서 쫓겨나 실업자 되는 아픔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냐”고 비판했다.

◇영도조선소 수주 ‘0’의 비밀=지난해와 올해 영도조선소의 신규수주 실적이 ‘0’건인 반면, 수빅조선소의 수주잔량이 31척(5조원 상당)에 달하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한진중의 수주담당 임원은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국 상무”라며 “단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한 임원에게는 왜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냐”고 꼬집었다.

이미경 의원도 “한진중의 수주 영업팀은 영도와 수빅 두 곳의 수주 관련업무를 함께 처리하고 있는데, 어째서 유독 영도만 수주가 되지 않았냐”며 “이는 한진중의 정리해고가 조직됐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하나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수빅조선소가 1년치 건조량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1조원에 달한다”며 “수빅에 수주된 5조원 상당의 수주물량을 납기연도인 2013년까지 과연 마무리할 수 있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영도조선소에 정리해고 문제가 마무리되면, 수빅 물량의 일부를 영도로 들여와 건조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재용 사장은 “납기는 선주와의 약속이므로 하늘이 두 쪽 나도 지킬 것”이라며 “선주가 수빅에서 배를 짓기를 원하기 때문에 수빅의 물량을 영도로 가져올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여-야, 그 와중에 정치공방=이날 청문회에서 한진중 정리해고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지 않았던 여야는 ‘희망버스’와 이날로 225일째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에 대해서는 설전을 벌였다.

이범관 한나라당 의원은 “희망버스가 일부 정치인이 활용하는 ‘정치버스화’ 되고 있다는데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치인은 갈등을 조정해야지 삿대질하고 큰소리친다고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야당을 겨냥했다. 장제원 의원도 “부산시민들은 시위버스를 동원해 강경투쟁하고 영도를 황폐화하고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이 내려와 정치투쟁을 하는 데 분노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몰지각한 정치세력’이라고 지칭한 장본인이 나”라며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 잃었을 때 손을 잡아주고 노사 간 원만한 해결을 바랐는데 그게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맞섰다.

특히 정동영 의원이 이날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못한 김진숙 지도위원과 전화 연결을 시도하자,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청문회는 정치쇼의 장이 아니다”고 반발해 회의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국회 한진중 청문회가 조 회장의 '기존 입장'만 재확인해 준 반면 노사교섭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구은회 기자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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