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측과 협상에 나선 금속노조가 정리해고자 94명의 업무복귀를 전제로 ‘전 직원 순환 휴직’ 카드를 제시했다. 직원들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정리해고 사태의 실타래를 풀겠다는 의도다.

17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지난 12일 고용노동부의 주선으로 마련된 노사 간담회에서 △정리해고자 94명 원직복직 △해고자 복직에 따른 세부 인력운용방안 노사 협의 실시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또 영도조선소의 수주 고갈 상태를 감안해, 물량이 확보될 때까지 생산직 전원이 순환 휴직에 돌입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해고자 94명과 비해고자 678명을 합친 전체 인원의 순환 휴직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를 하겠다는 제안이다.

이러한 방식은 이른바 ‘산 자’로 불리는 비해고자들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한 것이다. 또 해고자들의 이중 고통을 경감시키자는 의도도 담겼다. 쌍용자동차의 경우처럼 해고자들을 복직시킨 뒤 무급휴직 상태로 전환할 경우, 당사자들의 고통이 막대하다는 경험이 반영된 것이다.

회사가 만약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비해고자들의 휴직 수용 여부가 또 다른 관건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노조의 고통분담안에 대한 반발여론이 조성될 경우, 자칫 ‘산 자’와 ‘죽은 자’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하지만 노조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10년 사이 노동자 3명이 자결하는 등 10년 넘게 격렬한 노사갈등이 지속되면서 노동자들 간 정서적 연대가 끈끈해졌고,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한 부채의식도 크다”며 “쌍용차에서와 같은 첨예한 노-노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내놓은 협상안은 크레인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과 4명의 노동자들과도 조율이 된 내용이다. 정리해고 철회와 노동자들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한 노조의 협상안에 회사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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