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화장실 문을 열고 몸을 봤다”고 언론에 제보한 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던 박아무개(49)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박씨가 언론에 허위사실을 알렸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곽부규 판사는 경찰관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언론에 제보한 혐의(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로 기소된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4월 노조와 대립하던 직원을 폭행한 혐의로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난 뒤 기자회견을 열어 “화장실에 있는데 조사를 담당한 김아무개 형사가 강제로 화장실 문을 열어 몸 전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내용은 일부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박씨가 경찰조사에 불만을 품고 허위사실을 보도하게 해 김 형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해 12월 박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법정에 출두한 김 형사도 “화장실 문에 손을 댄 적이 없고 다만 10센티미터 정도 열려 있는 문틈으로 보니 박씨가 통화를 하고 있기에 나오라는 말을 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형사의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박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CCTV를 검증한 결과 김 형사가 화장실 문을 손으로 잡았고 이때 화장실 문에서 빛이 반사돼 움직이는 것이 관찰됐다”며 "김 형사가 화장실 문을 손으로 잡고 문에 힘을 줘 열었거나 열려진 문을 더 밀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검사가 제출한 박씨의 통화내역에 따르면 박씨가 통화한 시각은 오후 7시43분21초~7시46분21초인 반면, CCTV를 분석한 수사보고에 따르면 김 형사가 손을 뻗어 화장실 문을 잡은 시각은 오후 7시48분42초~7시48분45초였다”며 “김 형사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고 달리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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