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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을 위한 편파적인 책 '25일'금속노조 간부, 현대차 사내하청 농성일기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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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5일부터 12월9일까지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 내 CTS(도어 탈착 공정)라인에서 벌어진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의 점거농성을 날짜별로 기록한 책 ‘25일’(레디앙·1만3천원·사진)이 발간됐다. 저자는 농성현장에 파견됐던 박점규(40) 금속노조 단체교섭국장이다.

이 책은 농성이 벌어진 25일간 공장 안팎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과 사고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저자는 이 글을 쓰기 위해 농성장 안에서의 하루하루를 일기로 기록했다. 회의록과 성명서·보도자료·담화문·기자회견문·대자보 등도 버리지 않고 모아 뒀다가 글의 재료로 활용했다. 농성이 끝난 뒤에는 농성장에서 함께했던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 기억의 조각을 맞춰 나갔다.

이 책의 첫 페이지는 지난해 11월15일 새벽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경찰과 회사 관리자들의 폭력을 뚫고 공장에 진입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지난해 7월22일 현대차의 사내하청 사용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가슴에 불을 놓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노동자들은 “우리도 정규직이다”고 주장하며 현대차 울산공장을 멈춰 세웠다. 정규직노조가 아닌 비정규직노조의 생산시설 점거와 이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사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그러나 농성장 안에서의 생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변변한 옷가지조차 챙겨오지 못한 노동자들은 한겨울 추위를 맨몸으로 버텼다. 먹고, 자고, 배설하는 원초적인 문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규직노조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의 미묘한 의견 충돌도 계속됐다. 농성 9일차인 지난해 11월23일 터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는 농성장으로 쏠렸던 여론의 관심을 흐릿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30대 초·중반의 젊은 노동자들은 을씨년스러운 공장 안에서도 그들만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갔다. 인터넷 세대인 그들은 트위터로 농성장 소식을 세상에 알렸고, 편향적인 언론보도에는 불같이 덤벼들었다.

책을 쓴 박점규 국장은 “비정규 노동자의 눈으로 보고 그들의 가슴으로 느낀 바를 쓴 이 글은 편파적”이라며 “아름다운 저항의 25일 그 한복판에 있었다는 사실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축복”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매일 매일의 상황을 세밀하게 그려낸 이 글은 파업투쟁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귀중한 자료일 뿐 아니라 우리 노동운동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추천했다.

구은회 기자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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