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가고 나니 폭염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중구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 옆에서 작열하는 여름 뙤약볕에도 아랑곳 않고 천막 하나에 의지해 단식농성을 하는 이들에겐 이른바 폭염주의보는 중요한 게 아니다. 21일 오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이날로 9일째 단식농성 중인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을 농성장에서 만났다.



“정부와 정치권 움직여야 해결된다”

“건강이요? 아직 견딜만 합니다. 체중이 5킬로그램 빠지긴 했지만요.”
노회찬 상임고문이 먼저 건강을 염려하는 질문에 “괜찮다”고 안심을 시킨다. 얼굴 살이 쪽 빠진 그는 “오히려 사람들이 브이라인이 살아났다고 격려한다”고 예의 환한 웃음을 보냈다. 옆에서 나란히 단식농성 중인 심상정 상임고문의 얼굴도 수척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지난 9~10일 2차 희망버스에 참가했다가 최루액을 뒤집어썼다. 심 상임고문은 경찰에 연행되기까지 했다. 사흘 뒤인 13일 그들이 선택한 것이 단식농성이었다. 옆 텐트에서는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같은날부터 나란히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노 상임고문은 “그동안 고용노동부 장관,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여러 경로로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한진중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움직여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단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심 상임고문은 “그날 최루액을 맞고 호송버스를 타고 가면서 정치를 못해 이 지경이 됐다. 정치를 개혁해 똑바로 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고 연행되던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희망버스가 청와대·부산시장 움직였다”

두 상임고문은 청와대와 보수언론이 희망버스를 훼방버스나 절망버스라고 폄훼하며 공세를 펴고 있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심 상임고문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운을 뗀 뒤 “김진숙 지도위원은 노사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85호 크레인에 올라갔고 희망버스는 그를 지키고자 했던 것”이라며 “부마항쟁에 나섰던 부산시민들이 결집해 3차 희망버스를 지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상임고문은 “최근 청와대가 훼방버스라면서도 한진중 사태를 언급했고 허남식 부산시장이 현장을 찾아 김진숙 지도위원과 통화하고 회사에 협상을 촉구했다”며 “단식농성과 희망버스 등 우리의 노력이 그들을 나서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단식농성 중이라고 해서 최근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듣지 않을 수는 없다. 진보대통합과 국민참여당 논란에 대해 노 상임고문은 “진보대통합은 과거 앙금으로 순탄치는 않겠지만 시대의 요구이기에 필요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먼저 통합을 하면, 국민참여당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김진숙 웃으며 내려오는 그날까지”

이들은 지난 20일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입원해 있는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을 다녀왔다. 노 상임고문은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며 “내년에 큰일을 앞둔 격동기인데, 어머니가 회복하셔서 좋은 세상 오는 것을 보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까지 단식농성을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두 상임고문은 “끝날 때까지요”라고 입을 모았다. 심 상임고문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웃으면 내려올 때까지 (단식농성을) 할 것”이라며 “민주당을 포함해 야권이 온 힘을 다해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킨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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