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 관리자의 상습적인 성추행과 언어폭력으로 우울증에 걸린 노동자가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사측 관리자 2명의 상시적인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여성노동자 박아무개(45)씨가 22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신청을 내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19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박씨는 적응장애와 혼합형 불안 우울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성훈 정신과 전문의는 박씨에 대한 진단서에서 “환자는 직장상사에 의한 지속적인 성추행과 폭언을 당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졌고, 현재는 성추행 장면이 회상되거나 쉽게 놀라는 증상, 불면·우울·불안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며 “심리적 안정과 약물치료, 증상에 대한 관찰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업무상재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질병과 업무 사이의 연관성이 인정돼야 한다. 이번 경우 박씨가 앓고 있는 정신질환이 직장 내 관리자에 의한 성추행에서 비롯됐는가 하는 점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직장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끝에 정신질환에 걸린 여성 파견 노동자가 산재를 인정받아 눈길을 끌었다.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성추행 사건이라는 점에서 볼 때 박씨의 경우와 유사하다. 일본 정부는 해당 여성 노동자의 질병에 대해 “업무가 원인”이라고 보고 휴업보상금을 주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직장 내 성추행이 산재로 인정된 경우가 있다. 성추행 사건이 산재로 인정된 첫 사례는 지난 2000년 부산의 새마을금고 여직원 임아무개씨가 상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입은 전치 3주의 상처가 산재로 인정된 경우다. 성추행에 따른 정신질환이 산재로 인정받기도 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직장 안에서 벌어지는 성추행이나 방문판매자처럼 회사 밖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외부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정신적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우울증 등 다양한 상병을 동반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산재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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