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시간대에 낮은 가격으로 산업용 전력을 공급하는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이 심야노동을 부추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야간 전력을 이용해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이용한다는 착시효과를 일으키고, 심야노동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민주노총 주최로 14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심야노동 이제는 없애자’ 토론회에서 “산업용 전력요금 경부하 시간대는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인데, 주야 맞교대 사업장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시간과 거의 일치한다”며 “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라도 야간노동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야노동 주범은 값싼 심야 전기료?

우리나라 전력 소비량은 제조업이 48%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대형 영업상가 등 서비스부문은 30.5%를 차지한다. 반면 전력요금 누진제가 적용되는 주택용 전력의 소비량은 14.9%에 불과하다. 산업용 전력의 증가세도 빠른 편이다. 2005년에서 2010년까지 전체 전력 사용량이 30.6% 느는 동안 산업용 전력은 3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업용 전력과 가정용 전력 사용량은 각각 32.1%, 21.4% 늘었다. 심야노동이 주로 행해지는 제조업과 상가 등 서비스부문 전력 소비량 증가가 가파른 셈이다.

김 상임연구원은 “산업용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까닭은 요금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산업용 전기의 판매 단가는 79.80원/kwH로 평균 총괄가 94.58원/kwH보다 14.4% 싸다. 가장 비싼 전력 요금이 부가되는 최대부가 시간대에 비해 심야시간 전기이용료는 2~4배 저렴하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5~2009년 전체 전력소비가 18.67% 증가할 때 산업용 경부하전기 소비는 24.72% 늘었다. 산업용 경부하전기는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금속과 석유화학산업 등 장치산업에서 주로 사용된다.

24시간 영업방침 등으로 야간노동이 늘고 있는 서비스업계의 전력소비량도 증가하고 있다. 서비스업은 필요한 에너지의 79%(전 산업 평균 24%)를 전력을 통해 공급받는다. 특히 백화점·호텔·대형마트·증권사·보험사·은행의 전력 사용이 많다. 김 상임연구원은 “유통업체에 대한 야간영업 규제 확대와 사무직 노동자의 ‘칼퇴근법’을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맞교대 10% "당장 수면장애 치료받아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업종의 야간노동 실태도 공개됐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소속 사업장 43곳을 조사한 결과 76.7%에 해당하는 33곳에서 교대근무를 하고 있었다. 특히 2교대 사업장 노동자의 80%가 수면장애 증상을 호소했고, 갑상선암 등 직업성 암에 노출된 노동자도 발견됐다.

보건의료노조도 조합원 9천363명을 조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조사대상 조합원의 57.2%가 교대근무를 하고 있고, 교대근무자 중 남성의 74.9%와 여성의 82.2%가 수면장애 증상을 보였다.

제조업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금속노조도 전체 조합원 15만여명 가운데 12만여명이 교대제 사업장에서 야간노동을 하고 있었다. 노조가 지난해 22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부품업체 생산직의 70%, 완성차 사업장 생산직의 75~80%가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최근 실시한 수면장애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심야노동을 하는 조합원 중 10% 정도가 지금 당장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심각한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