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지정 보건관리 대행업무 민간위탁 기관인 대한산업보건협회가 엉터리 운영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협회에 특수건강검진이나 산업재해 규명작업과 같은 보건관리 업무를 맡겨 왔던 노동계는 협회 퇴출을 요구할 방침이다.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는 17일 고용노동부의 대한산업보건협회 일제점검 결과보고서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두산중공업·금호타이어·로템 등 노조 소속 주요 사업장의 보건관리 업무를 대행해 온 협회는 각종 규정을 무시하며 부실 운영을 일삼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의 부실운영 실태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협회는 관리 사업장에 대한 보건관리업무를 실시하지 않거나 대행 사업장에 대한 순회점검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관리사업장 담당자들을 상대로 진행해야 하는 직무교육도 건너뛰기 일쑤였다.

협회는 특히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각종 화학물질의 유해·위험정보를 기재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가 잘못 표기되거나, 사업장 내 화학물질 경고표시 미부착과 같은 위반사항이 발견돼도 이에 대한 개선을 지도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허위보고서 작성사실도 드러났다. 현장에 방문하지 않은 의사의 이름을 보고서에 적거나, 대행사업장 노사가 참여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도 참석했다고 거짓 서명을 하는 등 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는 산업안전전문의가 아닌 산업안전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반의를 고용해 건강검진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동일할 유해인자가 발견됐음에도 어떤 사업장에서는 ‘정상’ 판정이, 어떤 사업장에서는 ‘유해’ 판정이 나오는 등 혼란을 초래했다.

금속노조는 “협회가 진행한 각종 검사와 판정 결과를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며 “협회에 영구적으로 보건관리 대행업무를 맡기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고, 각 사업장 산업안전보건위원회나 노사협의회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회사에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도 협회를 상대로 업무정지나 직무정지 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협회 관계자는 “아직 노동부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은 바 없기 때문에 금속노조의 문제제기에 대해 해명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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