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차림은 간소했다. 준비랄 것도 없다. 잠시 머물 곳, 노제였다.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문 앞에 12일 다시 향내 짙었다. 촛대와 향로 따위 공장 밖 지부 사무실에 갖춘 지 오래다. 능숙히 상 차려 술을 따랐다. 유가족이 오래 울었고 지켜보던 이들은 꺽꺽, 오래 참았다. 입을 앙다물었다. 눈물도 나지 않는다고 누군가 말했지만 눈물, 흘렀다. 발갛던 눈을 거듭 부릅떴다. 살아 절하던 이나 죽어 절 받던 이나 말 없기로 닮아 그 앞이 조용했다. 정문 지켜선 경비원도 말없이 병풍처럼 섰다. '애인 있어요', 애절한 사랑노래 한자락 공장 안에서 울려왔다. 잠시 꺼달라고, 사회자는 마이크 들어 청했다. 흰 국화 들어 상에 올렸다. 가만 두 번을 절했다. 사진과 이름만 바뀌어 열 다섯 번 째다. 돌연사였다고. 하지만 "해고는 살인"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죽지 말고 살자"라며 서로 보듬었다. 상복인 양, 노동조합 조끼 입은 사람들 열 지어 운구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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