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농협의 전산장애에 금융권 IT부문 외주화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농협 전산장애 시발점도 협력업체 직원의 노트북이었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사무금융연맹 주최로 열린 '농협중앙회 전산장애, 금융기관 IT 아웃소싱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부원장은 "금융권에서는 어떤 업종보다 IT업무가 중요한데도 외주화(아웃소싱)는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금융IT 비중 커지고, 피해도 전 국민적

김 부원장은 "금융권 IT업무는 제조업·서비스업 등 다른 업종의 전산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IT업무는 실물 움직임이 뒤따르는 제조업·서비스업과는 달리 정보 변경(전산처리)만으로도 계약과 과정 이행 등 모두 업무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업무의 67.4%가 인터넷뱅킹, 8.2%가 텔레뱅킹을 통해 이뤄졌다. 직접 창구를 찾아 거래하는 비중은 17.2%에 불과했다. 인터넷뱅킹 이용자는 등록고객수를 기준으로 6천666만명이고 최근에는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수도 1천500만명을 넘어섰다.

김 부원장은 "금융 전산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즉각적이고 광범위하게 국민에게 미친다"며 "피해 성격 역시 단순한 정보 유출 문제로 한정되지 않고 국민의 생활적·사업적 손실을 유발한다"고 우려했다.

김 부원장에 따르면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는 금융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전산시스템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전산장애가 발생한 농협 역시 주요 서버만 553개나 되는데,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257개가 5분여 만에 시스템 파일이 삭제되는 중대한 사고를 일으켰다. 김 부원장은 "서버가 553개라는 것은 이 건물(경향신문)을 채울 만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IT인력, 43%가 외주화

금융권 IT부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그 규모나 복잡성도 커지고 있지만 금융기관의 IT업무 외주화는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밝힌 '금융권 IT 내부인력과 외부용역 현황'에 따르면 16개 시중은행의 경우 IT업무 내부인력이 3천518명, 외부인력은 2천722명이었다. IT업무 담당 전체 인원 중 외부용역 비중이 43.6%에 달한 것이다.

생명보험사(22개)는 외부인력이 1천523명으로 내부인력(836명)의 두 배에 가까웠다. 손해보험사(16개) 역시 외부(2천24명)가 내부(329명)보다 6배나 많았다. 김 부원장은 "금융권 경영진은 IT업무를 코스트(cost)센터, 즉 돈을 버는 곳이 아닌 비용이 들어가는 곳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이 IT업무의 중요성에도 아웃소싱을 추진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금융권이 IT업무를 '핵심 경영인프라, 핵심 고객서비스 통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농협에 손해배상 등 대규모 경제보상을 요구하거나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만들어 전산 사고시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금융권 경영자에게 심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IT산업 다단계 하청구조, 전산장애 위협 높여

배삼영 사무연대노조 농협중앙회지부장도 "금융권 IT업무 아웃소싱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농협사태는 언제 어디서든 다시 터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 지부장은 "농협의 지난 5년간 전산업무 아웃소싱 현황을 분석한 결과 130개 업체와 425건의 계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농협이 IT부문에 정규직을 채용해 관리하고는 있지만 외주화 비중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에 서버를 공급하고 유지·보수업무(외주)를 맡은 업체 중 하나인 한국HP의 최동군 노조위원장은 "금융권 IT업무 외주화가 흐름이기는 하지만 유지·보수업무 외에 통제권까지 모두 넘기는 완전 아웃소싱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그러나 "IT산업에서 다단계 하청이 워낙 구조화돼 있어 가격 후려치기와 같은 관행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20명이 해야 할 일을 10명이 하는 가격에 계약을 맺는다면 그만큼 서비스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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