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꽃구경 몇 번이나 하겠느냐며 큰 맘 먹고 나선 길. 가죽신이 반짝, 아까워 몇 번 신지도 않았을 새 신을 신고 제일 멋진 옷을 차려입었다. 선글라스며 스카프로 포인트도 잊지 않았다. 비행기 뜨고 내리던 그 옛날 모래섬 여의도에 11일 봄꽃 축제 선다기에 지하철 두 번을 갈아타고 찾았다. 그런데 아뿔싸, 지난 겨울 한파로 벚꽃은커녕 그 흔한 개나리도 여태 수줍다. 고된 발걸음 끝내 아쉬워 행사장 들머리 화분 옆에 꼭 붙어 사진을 남겼다. 시린 무릎 꾹 참고 앉아 꽃 높이와 맞췄다. 꽃처럼 환히 웃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