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단순 시위 등에 참가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구속영장 신청을 남발하고 있다. 20일 민주노총 법률원(원장 권두섭)과 금속노조 법률원(원장 송영섭)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노동자 8명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됐다. 정리해고 철회와 복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을 차단하기 위해 검찰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정리해고 철회·해고자 복직’이라는 문구가 적힌 몸벽보를 착용한 채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옆 인도를 지나던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 32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구호가 적힌 몸벽보를 착용한 채 행진하는 것은 불법 집회에 해당한다”며 연행 사유를 밝혔다. 당초 광화문 네거리 앞으로 이동해 시민들에게 정리해고 관련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나눠줄 계획이었던 노동자들은 도로교통법 위반·불법 집회·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 경찰조사를 받았다.
 
경찰로부터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서울중앙지검은 연행자 가운데 최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 등 2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17일 오후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9일 인천지검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본사 앞에서 농성을 벌인 금속노조 GM대우비정규직지회 소속 신현창 지회장과 조합원 이아무개씨·황아무개씨 등 3명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들이 1천191일간 회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업무를 방해하고, 집회신고를 하지 않은 채 회사 정문 앞 조형물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혐의를 물었다.

이와 관련 인천지법은 9일 오후 실시된 영장실질심사에서 “도주 위험과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없다”며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회사와 노조가 문제를 원만히 합의한 만큼 구속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진행된 노동자 집회의 책임을 물어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사례도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11월17~18일 ‘투쟁사업장 1박2일 공동투쟁’을 진행했는데, 당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경찰의 집회 방해에 항의해 계란과 페인트 등을 투척한 조합원 40여명이 연행됐다 풀려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검은 14일 금속노조 간부 김아무개씨·윤아무개씨, 쌍용차지부 정리해고특위 소속 이아무개씨 등 3명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집시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물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은 16일 오전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의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일반적으로 검찰의 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려면 △범죄의 중대성이 높거나 △수사기관의 혐의사실 입증 정도가 크거나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높아야 한다. 송영섭 원장은 “검찰이 최근 늘고 있는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을 차단하고자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은 영장 청구 요건도 갖추지 못한 사안에 대해 영장 신청을 남발할 게 아니라, 범죄의 성립 여부부터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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