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가 3월11일자로 단독보도한 고용노동부의 ‘외국의 사내하도급·파견 현황 및 제도 실태조사’ 연구용역보고서는 세계 주요국 주요업체들의 최신 고용 트렌드를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간접고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거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유행에 한참 뒤처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노동부는 최종 보고서가 지난해 12월 제출됐음에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조사 결과가 촌스러워 꽁꽁 숨겨둔 것일까. 그리고 “파견 확대는 세계적 추세”라고 되뇌는 우리나라 경영계의 철 지난 유행가는 언제쯤 그칠 것인가. <매일노동뉴스>가 노동부 보고서에 등장한 일본·독일·프랑스의 간접고용 실태를 3회에 걸쳐 집중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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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 순서]

1. ‘규제 강화’로 돌아선 일본
2. ‘고용 유연화’ 말고 ‘고용의 질’ 택한 독일
3. ‘철저한 규율’ 지키는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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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외치며 울산 현대자동차 승용1공장 CTS라인을 점거했던 노동자들은 ‘사내하도급 노동자’다. 사내하도급은 도급인의 사업장 내에서 이뤄지는 하도급을 말한다. 현대차의 경우 현대자동차(주)가 도급인(원사업주)이고, 사내하청업체가 수급인(하도급 사업주)이다. 농성을 벌인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은 수급인의 근로자가 된다.

이 같은 ‘도급인-수급인-수급인의 근로자’ 사이에는 근로자공급 또는 근로자파견과 유사한 노동관계가 형성된다.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해 일정한 지휘·명령권이나 강한 지시성을 행사하는 관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동법 체계상 타인을 지휘·명령해 근로에 종사하도록 할 수 있는 권한은 근로계약·근로자파견·근로자공급 관계에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사내하도급 관계에서 지휘·명령권이 행사되는 것은 불법이다.

‘도급인-수급인-수급인의 근로자’로 이뤄진 이른바 삼각 근로관계에서 노동자들은 권리를 침해받을 가능성이 높다. 생산물량에 따라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은 우리나라 경영계가 강조하는 고용 유연화의 제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우리나라 노동법은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한다. 예외적 경우에 한해서만 파견을 인정해 왔다. 우리나라 파견법은 32개 업무에만 파견을 허용하고, 파견 사용기간도 최대 2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연속적으로 2년 이상 파견직을 사용하면 파견사업주에게 고용의무가 주어진다.

상시적인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파견을 투입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때문에 대법원은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에게 지휘·명령권을 행사해 온 현대차에 대해 “도급이 아닌 파견근로 관계가 형성한다”고 보고 “파견제한기간인 2년이 경과한 노동자는 (옛)파견법에 따라 현대차의 노동자로 고용이 간주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제조업까지 파견 허용한 프랑스

프랑스의 노동법도 큰 틀에서 보면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다.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중간착취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근로자공급'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법적 요건을 갖춘 경우 근로자공급의 예외적 형태로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파견허용업종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결원이 발생한 경우처럼 임시적 사유에 한해 법이 정한 파견사용사유에 해당하기만 하면 자동차 생산공정에도 파견직이 투입된다. 프랑스의 제조업 공장에서 정규직과 파견직이 섞여 일하는 모습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파견업의 천국이 따로 없다.

하지만 프랑스 노동법은 파견직이 상시근로를 대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 파견기간은 18개월을 넘을 수 없고, 예외적으로 최대 24개월까지 파견직을 쓸 수 있다. 이 기간을 넘겨 파견직을 사용하면 무기계약근로자로 간주된다. 또 파견근로를 사용한 뒤 일정기간 동안 휴지기를 두고, 사업주가 계속적으로 파견근로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이와 함께 파견근로자에게도 동종 근로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을 보장하도록 했다. 동등처우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파견 사용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노동부의 ‘외국의 사내하도급·파견 현황 및 제도 실태조사’ 용역보고서에 등장하는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경우 임시적 업무의 수행 등을 위해 상한선을 정하고 파견직을 사용하고 있다. 연구팀이 찾은 르노자동차 테크노센터의 경우 노사가 합의한 6% 상한선 내에서만 파견직을 쓰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법으로 파견사용의 범위가 무한대로 열려 있지만, 개별 기업 노사는 적정선을 찾아가는 노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보고서에는 르노자동차의 생산공장 사례가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산업무에 투입되는 파견직 비율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보고서가 우리나라 제조업 사내하도급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차원에서 작성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프랑스 생산공정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사내하도급 활용은 전문분야나 주변업무만

그렇다면 프랑스에도 우리와 같은 유형의 사내하도급 존재할까. 노동부 보고서에 따르면 르노자동차 테크노센터에서는 △전략적 업무(본래적 업무 밖의 것, 새로운 프로그램, 새로운 기술 등) △정보시스템의 자료보안 △육체적 힘의 사용에 기초한 업무 △희소한 전문적 업무 △주변적 업무 위탁(식당·경비·보안유지 등) 등에 하도급이 사용되고 있다. 전문 분야이거나 주변업무에 하도급이 활용되는 셈이다.

이런 경우 르노자동차가 도급계약에 기초해 용역이나 재화를 공급받는데, 르노자동차는 해당 노동자들에 대해 일체의 노무지휘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도급인이 사내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노무관리에 직접 개입하면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도급인이 사내하도급 노동자를 노무관리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위장도급 논란’이 불거졌다가 시간이 지나면 한풀 꺾이는 데 반해, 프랑스에서는 엄격한 처벌이 가해진다.

이에 따라 르노자동차 테크노센터는 별도의 건물을 두고 사내하청업체들이 ‘알아서’ 일하도록 하고 있다. 르노자동차의 정규직과 하도급 근로자가 혼재근무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것이다. 노동부 보고서에 등장하는 르노자동차 테크노센터 인사부장도 “하청 근로자에 대해 직접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매우 조심한다”고 증언하고 있다. 규제가 심한 파견근로를 대신해 우회적 경로로 사내하도급을 활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태도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위장도급시 원청에 직접고용 간주

프랑스의 법원들은 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 노동자들에게 지휘·명령권을 행사하는 위장도급에 대해 “근로계약을 재규정해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다. 당초 원청업체와 하도급업체가 맞은 하도급 계약이 무의미해졌다고 보고, 원청업체와 하도급 근로자간 근로관계가 형성됐다고 ‘재규정’하는 것이다. 우리로 치면 ‘직접고용 간주’와 비슷한 개념이다. 간접고용 금지라는 대원칙하에서 파견이라는 ‘좁은 문’만을 예외적으로 허용해 놓고, 파견의 범위를 넘어서는 간접고용을 강력하게 규제한다는 것이 프랑스 사법부의 의지다.

법적으로 파견 사용 가능성을 열어두고도 노사 스스로 또는 사법부가 법적 잣대를 통해 간접고용의 남용을 제한하고 있는 프랑스. 법적으로 파견사용이 제한된 상황에서 편법적으로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는 한국의 사용자. 비슷한 법제를 가지고 있는 양자 간에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제가 비슷해도 직접고용에 대한 원칙이 흔들리면 형식적 유사성을 사진 법제는 실효성을 잃어버리게 된다”며 "우리 사회의 혼란은 고용에 대한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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