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라는 전래동화가 있다. 우렁각시는 남몰래 밥을 해 놓거나 좋은 일을 하는 여성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가사도우미를 상징하는 단어로 알려졌다.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 산하 여성일용가사서비스 사업단의 명칭도 우렁각시다.

우렁각시는 과거에 파출부·가정부라고 불렸다. 최근엔 가사도우미에서 가정관리사로 명칭이 바뀌었다. 가사 자체가 사회적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편견에서 벗어나자는 뜻이다. 가정관리사는 고령 여성노동자의 사회적 일자리로 각광받고 있다. 가정관리사·간병인·산후관리사·베이비시터 등으로 영역이 확장돼 ‘돌봄노동’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른바 감정노동을 하는 여성노동자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돌봄노동이 빠르게 시장화되고 있다. 돌봄노동 중 가정관리사 시장은 지난 5년 동안 3배나 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정관리사는 약 15만명에 달한다.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인원을 고려하면 30만명을 웃돈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에서는 가사·간병·보육 등 돌봄노동자가 약 100만명에 육박한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돌봄노동은 공공·민간 각 영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돌봄노동은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 가정관리사의 월평균 소득은 79만3천원이고, 평균연령은 51.2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가정관리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고령 여성이 대부분인 홍익대 청소노동자의 복직 전 임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저임금보다 못한, 말 그대로 쥐꼬리보다 적은 임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정관리사는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근기법에는 이들을 가족의 일부인 ‘가사사용인’으로 분류해 법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그것도 1953년 근기법 제정당시에 그렇게 규정됐다. 노동시장이 급변하고 있는데도 근기법상 관련 규정은 58년 동안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이러니 가정관리사는 일하다 다치더라도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가정관리사의 고용 문제는 집주인 또는 사용자의 말 한마디에 달렸다. 민간직업소개소는 소개료라는 명목으로 그들의 임금을 떼어 간다.

103주년을 맞이한 여성의 날(8일)을 전후해 대학 청소 여성노동자와 같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시선이 쏠리면서 우렁각시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남몰래 선행을 하는 동화 속의 인물이 아니다. 그들은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이 땅의 여성노동자다. 그들도 이젠 근기법을 적용받아야 한다. 돌봄노동이 공공·민간 영역에서 확대되고 있고, 노동시장의 고용형태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낡은 근기법을 바꿔야 한다. 이를 통해 근기법상 노동자와 사용자 정의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근기법 개정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임금생활자라는 전통적 정의를 고려할 때 이들을 포함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또 가정관리사조차 근기법이 적용되면 사회보험료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근기법 적용을 꺼려한다. 저임금으로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보험료를 부담하는 사용자도 애매하다.

결국 국가와 사회가 이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정부연구기관인 여성정책연구원도 “돌봄노동의 공공성에 기초해 정부가 사업주가 돼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보육 문제는 돌봄노동의 사회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할 때 너무나 당연한 논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가정관리사 관련법안이 4가지나 발의됐다고 한다. 고용보험법과 산재보험법을 우선 적용하는 개정안, 근기법 제외조항 삭제법안이 그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지난해 가사노동협약을 마련해 총회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영국·미국 등이 이에 앞장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추세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 국회도 법 개정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법 개정에 앞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는 사회적 일자리 차원에서 가정관리사·간병인 등에 대한 인건비와 처우기준을 정한다. 가정관리사·간병인을 고용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의 인건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부조차 최저단가를 강조하는 바람에 돌봄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이 요원해지고 있다. 정부의 결정은 민간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사정이라면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데 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무심코 지나치기도 하지만 우리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우렁각시들. 여성의 날을 맞아 그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다짐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들을 만나면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하면 어떨까.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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