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는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극도의 불안증상을 말한다. 쌍용자동차 사태 과정에서 농성에 가담했던 940명의 노동자 대다수는 이런 공황장애를 겪었다. 적어도 10년 이상 일한 정든 일터에서 쫓겨났다는 절박함과 불투명한 미래는 노동자들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가족들에게도 이 증상은 전염됐다. 쌍용차 사태 후 노동자와 가족의 잇단 자살의 원인이다. 공황장애를 채 벗어나지 못한 쌍용차 노동자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요인은 또 있다. 바로 견딜 수 없는 ‘생계의 압박’이다.

지난달 말 자살한 임아무개씨의 사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무급휴직자였던 임씨는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등록금을 낼 수 없는 사정을 자책했다. 쌍용차 사태 후 1년 7개월 동안 막노동을 하며 버텼지만 카드빚만 늘었다. 임씨의 통장 잔고는 4만원에 불과했다. 해고자가 아니니 실업급여조차 받을 수 없었고, 극빈층에 분류되지 않으니 최저생계비조차 지원받을 수도 없다. 복직을 포기하고 취업을 하려 해도 받아주는 곳도 거의 없다. 쌍용차 파업농성자라는 이유로 기업들이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임씨와 같이 복직이라는 ‘희망고문’을 받고 있는 무급휴직자만 456명이다. 쌍용차는 오는 3일 법정관리에서 졸업하고, 코란도 C라는 신차도 출시했지만 무급휴직자 복직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 2009년 쌍용차 사태 마무리하면서 1년 후 복직하기로 한 합의했는데 이마저도 휴지조각이 된 것이다. 같은 시기 자살한 조아무개씨도 생활고를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희망퇴직 후 한 조선소의 비정규직으로 일했지만 궁핍한 살림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쌍용차 노동자가 겪고 있는 고통은 이 뿐만이 아니다. 쌍용차 사태 후 농성가담자 96명이 구속됐다. 회사측은 8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 가압류를 청구했다. 쌍용차측은 노사 대타협을 통해 사태를 마무리했음에도 농성가담자에 대해 110억원의 구상권을 청구한 상태다. 생활고를 겪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에겐 날벼락인 셈이다.

이러니 쌍용차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지 않는가. 쌍용차 사태 후 자살한 이들만 14명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는 쌍용차 노동자에게 이렇다할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사태 발생 전후 재취업과 생계지원은 반짝했을 뿐 오래가지 않았다. 정부는 대량해고가 발생한 평택을 고용촉진지역으로 지정하더니만 이를 해제해 지원을 끊었다. 생계곤란으로 사람이 죽는 판인데 형평성만 따지고 있는 실정이다.

쌍용차 노동자의 자살은 그의 선택이었지만 그를 죽음으로 몰아 간 것은 분명 비정한 사회였다. 임씨의 죽음을 두고 ‘사회적 타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더 이상 쌍용차 노동자의 자살을 방치해선 안 된다. 경찰력을 동원해 파업농성자를 폭력으로 진압한 만큼 이를 사과하고, 사태해결에 나서야 한다. 정부와 평택시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생계곤란에 대해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긴급 생계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형평성을 이유로 쌍용차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고가지 말라는 것이다.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그룹도 뒷짐만 쥐고 있어선 안 된다. 마힌드라그룹은 채무를 깎아줄 만큼 파격적인 가격에 쌍용차를 인수했다. 벌써부터 특혜논란이 번지고 있다. 그럼에도 쌍용차에 대한 투자이행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러니 무급휴직자의 복직이 요원한 것 아닌가. 마힌드라그룹은 '먹튀기업'이라는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신규 투자이행계획과 무급휴직자 복직합의를 이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산 사람을 잡는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철회해야 한다. 그것이 쌍용차 사태 노사대타협의 전제조건이었다. 마힌드라그룹과 쌍용차 경영진은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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