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춥고 길었던 겨울이 끝났다. 그들은 본관 점거농성을 끝내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지난달 2일 해고 날벼락을 맞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대학 본관을 점거농성한 지 49일 만이다. 그래서인지 현장으로 복귀한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청소를 담당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잰걸음으로 학내를 돌아다녔다. 농성으로 어지러웠던 학교 곳곳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다. 그들의 손을 거치니 학교는 금세 깨끗해졌다.

노사합의 내용을 보니 농성자 전원이 새 용역업체에 고용승계됐다. 이제껏 하루 10시간 일해도 연장수당조차 주지 않았는데 1일 8시간·주 5일제 근무 준수, 연장수당 지급까지 따냈다. 월 75만원 받았던 월급은 약 9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최저임금 이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들이 받았던 월 9천원의 밥값도 월 5만원으로 올랐다. 불과 300원씩 지급됐던 하루 식대비가 2천500원으로 뛰어올랐다. 이번 투쟁을 계기로 청소 1명, 경비 0.5명 등 노조 전임자까지 확보했다.

그들이 이뤄 낸 성과의 사회적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홍익대 본관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농성을 했지만 그들의 소식은 실시간으로 알려졌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전달매체를 통해 많은 이들이 소식을 접했고, 공감했다. 이른바 ‘저임금 간접고용’의 실체를 보여 준 셈이다. 갈수록 ‘사기업 따라잡기’에 열중하고 있는 대학의 실상도 알렸다. 비록 용역업체가 고용주이지만 우리는 누가 사용자인지 분명히 알게 됐다.

홍익대는 용역업체를 내세웠지만 그들이 실제 고용주이자 사용자였다. 물론 지하실과 화장실의 빈 공간에 마련된 휴게실 개선이나 조합간부에 대한 고소·고발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고용주 따로 사용자 따로’ 라는 전근대적 고용형태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의 구렁텅이에서 신음하고 있다.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도 새 용역업체에 고용승계됐을 뿐이다. 용역업체가 바뀔 때 다시 해고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간접고용이라는 전근대적 고용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이미 용역업체나 사내하청에 고용된 노동자들도 정규직화해야 한다.

다행히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청소·경비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니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다. 광주시 광산구청은 비정규직 임금을 인상하고, 2년 고용기간이 지나면 정규직화하기로 했다. 또 청소행정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서울시 관악구청은 매년 환경미화원의 임금을 10%씩 인상하고, 고용인원을 정해 의무적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용역업체의 중간착취를 막자는 의미다.

성남시청은 시설관리공단의 주차관리원 34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사는 임금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노원구의 사례는 눈길을 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되레 예산의 16%가 절감됐다. 정규직 전환으로 비용은 상승했지만 용역업체가 가져가는 이익분이 상쇄되면서 예산이 절감됐다.

하지만 변화를 시도하는 지자체는 매우 적다. 주로 야당 소속 지자체장이 주도하고 있다. 지자체마다 정규직 전환과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이 부족하고, 중앙정부가 인건비성 예산을 총액인건비제로 제한하기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그간 민간위탁을 하는 지자체에 후한 점수를 줬고, 총액인건비제로 이를 뒷받침했다. 중앙정부 스스로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고용불안을 조성한 셈이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공공부문에서 외주화나 간접고용 관행을 개선한다면 두루 좋은 일이다. 비용절감의 이득 이상으로 주민서비스가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주화와 간접고용에 혈안이 된 민간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동자에겐 고용안정, 주민에겐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지자체에 대해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종전의 총액인건비제를 개선해야 한다.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49일간의 싸움은 끝났다. 하지만 열악한 노동조건과 고용불안 속에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처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도급업체가 바뀌면서 해고된 한화63시티 주차·경비 노동자는 23일째 점거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법원이 판결했음에도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화는커녕 현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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