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생산직 172명에 대한 정리해고가 단행된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때 아닌 선박 훼손 공방이 오가고 있다. 회사측은 노조가 건조 중인 선박의 조타실을 의도적으로 파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3일 노사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영도조선소 1번 안벽에서 마무리 건조작업이 진행 중이던 18만톤급 벌크선의 조타실이 크게 파손된 채 발견됐다. 회사측은 조타실 파손 현장을 확인한 경비원의 말을 인용해 “두 사람이 30미터 크레인을 타고 배에 올라가는 걸 봤는데 내려오다 나랑 마주치자 흉기로 위협하며 ‘우리를 봤다고 말하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고 전했다. 회사는 일부 언론에 “경비원이 말한 ‘두 사람’은 조선소에서 농성 중인 조합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회사가 경찰력 투입의 빌미를 마련하기 위해 무고한 노동자들에게 혐의를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반발했다. 금속노조 한진중지회는 “농성 중에도 작업공구나 건조 중인 선박과 부품에 대한 일체의 파손행위를 하지 않았고, 조합원들에게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주지시켰다”며 “이번 벌크선 파손은 지회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 지회는 조선소 안에서 벌어지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규찰대를 운영하고 있다.

지회는 또 “조선소 내 크레인은 모두 ㅅ하청업체가 운영하기 때문에 크레인을 운전하려면 이 업체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업체에서 열쇠를 주지 않는 한 조합원이 크레인을 운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조합원 2명이 신호수도 없이 크레인으로 배에 오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을 내고 “사건 직후 회사는 별다른 증거도 제출하지 않은 채 지회의 행위라고 단정한 뒤 공세를 폈다”며 “회사측이 지회의 이미지에 타격을 가하고 경찰력 개입의 빌미를 만들려는 속셈이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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